독일에 온지 한 달이 되었다. 그동안 사랑하는 아들과 여행도하면서 행복했고 그립던 동생가족들과도
만나서 기뻤다. 나의 옛 친구들과 제자들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그동안 아쉬웠던
예술과 문화의 결핍도 어느 정도 채워졌으며 좋아하는 음식들을 먹다보니 체중도 어느새 3kg가 늘어서
몸이 무거워졌다. 이제 아프리카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는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어 노년에 불어나는 체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너무 안정되고 편한 곳에 있으면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나태해져 절실하게 하느님을 찾을 일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나를 아프리카로 보내셨나보다. 나에게 유익한 곳이니까....
뜨겁던 여름 날씨에서 영하 7도의 독일 땅에 도착하던 날,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쯤 되었을 것이다.
눈으로 하얗게 덮인 프랑크푸르트의 공항이 폐쇄되어 상공에서 30분을 회전하다가 극적으로 착륙했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독일과 말라위는 이렇게 기후부터 다르다. 독일은 11월부터 기후가 나쁘기로 유명한데,
비가 많고 기온이 낮아 늘 회색빛 하늘만 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두꺼운 털옷으로 무장한 거구의 독일인들의
표정까지 침울하고 심각하게 보인다. 사람들의 마음 놓고 떠드는 말소리와 여러가지 소음으로 귀가 멍멍했던
말라위와는 달리 독일 사람들은 과묵하고 거리에서는 자동차에서 울려대는 경적도 들을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예의 바른 사람들이다.
땅이 넓고 자재와 기술이 부족한 말라위에는 고층 건물을 찾아볼 수도 없는데, 독일의 대도시에는 그동안 높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다. 고도의 테크닉과 미적인 감각으로 지어진 건물들은 마치 예술품들을 전시해 놓은 듯하다.
거리에 그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녀도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곳곳에 쓰레기통들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말라위는 어떤가? 내가 사는 카롱가만 해도 길거리에 놓여진 쓰레기통을 본적이 없다.
온 천지가 쓰레기통이다. 곳곳에 과일껍질, 페트병, 녹슬은 깡통부터 찟어진 신발까지
길거리에 딩굴고 있는 추한 모습에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를 정도다.
우리는 그것이 불쾌해서 눈살을 찌푸리지만, 그들은 그 오염된 환경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다. 그 누군가가 그것을 지적하고 개선시킬 방법을
제시하기 전에는 그 악순환이 계속 될 것이다.
독일은 유럽에서도 가장 잘 사는 나라로 꼽힌다. 그들의 사회복지제도가 우수해서
모든 노인들이 마음 편히 당당하게 노후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 우선 눈에 뜨인다.
만 65세가 되면 자신들의 일을 통해서 지불한 크고, 작은 연금들을 받기 때문에
노인들이 자녀들의 도움 없이도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가능하다. 정말 바람직한 사회제도이다.
나 자신도 젊은 시절에 독일에서 활동하면서 꼬박꼬박 지불한 덕택에 작은 연금을 받고 있다.
독일을 떠났기 때문에 기대도하지 않았는데, 만 65세가 되던 해부터 혜택이 주어져 큰 부담 없이
독일에도 올 수 있으며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여행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독일 친구들에게
멋진 식사도 대접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
독일은 노인의 천국이다. 교회는 물론, 오페라나 음악회에도 노인들로 가득하다.
여행을 가도 노인들을 많이 만난다. 독일 항공을 타면 중년 아줌마들이 아직도 승무원으로 일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TV의 아나운서나 연예인들이 중년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왕성하게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모의 젊음이 아니면 그 어디에서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것과 비교가 된다.
우리나라에는 외모지상주의가 위험 수준에 달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바라건대, 한국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젊은이들이 많이 부족한 독일에 앞으로 20년 후에도 과연 연금들을 제대로 받게 될 것인가
의문스럽다.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하면서 지불하는 돈으로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데,
지불하는 돈보다 지급되는 돈이 더 많으면 엄청난 혼란의 시기가 올 것이다.
그래서 독일에는 출산을 장려하는 법률들이 쏟아져나와 국민들이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저 출산 문제의 위기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젊은이들에게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말라위에는 약 1천 4백만의 인구가 살고 있는데, 그중 청소년들이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라 전체가 생동감으로 넘친다. 거리에 나가면 모두가 다 젊은이들뿐이다.
그 많은 젊은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아 직업을 가질 수 만 있다면 말라위의 저력은 엄청날 것이지만,
그들에게는 그런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좌절한 많은 젊은이들이 마약과 섹스에 사로잡힌 채,
자신들의 젊음을 탕진하며 에이즈에 감염되어 일찍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원하고 있는 유스센터의 역할이 바로 이런 젊은이들을 음악이나 춤,미술, 또 운동에 참여시킴으로서
희망이 없는 어둠에서 빛의 삶으로 이끌어 내는 힘을 부여하는것이다.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독일인들은 몹시 합리적인 사고와 규범 속에서
경직된 삶을 살아가는 반면에 말라위 사람들의 삶은 결핍과 무질서 속에서 진행되지만,
극히 자유롭고 생명력이 있어 보인다.
나에게 또 한 번 선택의 기회가 와서 나의 노후를 어디에서 보낼 것인가 물어 온다면
나는 또 다시 아프리카 말라위를 택할 것이다.
독일은 나의 정신의 고향이었지만, 이제는 그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아프리카는 내게 새로운 삶의 가치와 목표를 제시해주는 영혼의 고향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 독일을 떠난다.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이 그립고 해맑은 아이들의 눈빛과 깔깔대는 아이들의
웃음이 그립다. 루수빌로의 모든 이들이 나를 그리워하며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오라는 메일이 왔다.
나를 필요로 하고 또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빨리 달려가야지..... 이제 아들은 뒷전이다.
그동안 지쳤던 나의 몸과 마음이 다시 회복 되었다. 아니 예전보다 더 큰, 새로운 힘을 느낀다.
하느님은 또 어떤 도전과 희망을 준비해놓고 나를 기다리실까 몹시 궁금해진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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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1.20 요셉 목사님, 감사합니다. 한국에서도 기다려주신다니 더욱 행복하군요. 저도 4월이 기다려집니다.
은혜로운 만남이 양지에서 이루어지길 기대하겠어요. 그리운 얼굴들이 다 함께 모이도록 준비해주세요. -
작성자smilejina 작성시간 11.01.18 역동적으로 사시는 교수님의 모습이 아주 기분 좋아요...너무 뜸해서 걱정하신단 소식 들었어요.........
4월이 벌써 기다려지네요..
그간 나눈 나눔의 성과를 가지고 들어오실 교수님 생각하니 벌써 그봄이 찬란하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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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1.20 그럼은요. 얼마나 궁금했는지 몰라요. 이번 달 소식지가 좀 늦어질거에요. 내가 카롱가에 도착해서 편지를 쓰려구해요.
후원회미사가 은혜롭게 짐행 도기를 바라며 수고해줘서 감사해요. 카페를 함께 잘 돌봐주세요. -
작성자노랑나비 작성시간 11.01.20 언제나 주님의 사랑안에 머물고 있는 사랑하는 아녜스님 ! 정말 축하 드립니다 보고 싶은 만남도 ...여행도 모든것 감사해요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는 기쁨 !!!!이제 또 다시 시작 하시는 거에요 화이팅 !! -
작성자펠라 작성시간 11.01.20 독일에서 편안히 정신적 휴식을 취하셨으니 이젠 카롱카에서 젊은 에너지를 받으실 시간이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