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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망가냐 유스 센터를 오픈 하던 날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1.03.07|조회수85 목록 댓글 5

말라위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하려면 정말 운이 좋아야한다. 아니 하느님의 자비에 전적으로 의탁을 하는 것이

더욱 좋은 일이다. 집에 손님을 초대하는 날도 물이 나와야하고 전기가 들어와 줘야 차질 없이 일을 치룰 수가 있다.

그렇지 아니 하면 엄청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 아예 초대를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현명하다.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면서라도...

러나 밖에서 하는 큰 행사는 날씨 때문에 큰 영향을 받는다. 건기 때에는 7개월 동안 비한방울 안내리니

걱정이 없는데 우기 때에는 긴장을 안 할 수가 없다.

 

망가냐의 개관식을 몇일 앞두고 나는 루수빌로의 직원들과 유스 센터의 일을 위해 고용한 운전기사

(장거리 여행도 많고, 비포장도로가 많아서 내가 손수 운전할 수 없기 때문에)가 운전하는 나의 차를 타고

몇 번을 망가냐를 다녀왔다. 끝마무리가 잘 되었는지를 점검하고, 오픈 하는 날 모든 운동기구와 악기와

책들을 어떻게 디스플레이 할 것인가도 일일이 그들에게 알려줘야 했다. 일하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더니

반가워하며 모든 일이 다 끝났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새로 지은 집에 왠 흙먼지가 그렇게 쌓였는지 나는 먼저

청소부터 하라고 지시를 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들은 청소하는 기구가 없었던 것이다. 빗자루, 쓰레받기. 걸레들이 없으니 그냥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에 동네 아줌마가 헌 옷 같은 것을 하나 가져와서 물에 적셔 걸레질을 하기 시작 했다.

그 많은 흙을 쓸어내지도 않고 물걸레질을 하니 오히려 바닥은 흙 천지가 되어 더 지저분해지는 것이 아닌가?

다음 날,나는 집에 있는 청소도구를 가져다가 주고 청소를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다.

아마도 그 빗자루와 쓰레받기는 그 동네에서 본적이 없는 명물로 오래 보관 될 것이 분명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흙과 더불어 산다.비가 와서 질퍽이는 날은 오히려 신을 집에 두고 맨발로 걸어 다닌다.

아마도 그것이 이들에게는 어쩌면 더 편한지 지도 모른다. 그 발로 집안으로 들어오니 집안이 온통 흙 천지가

될 수밖에 없다.

개관식을 하루 앞둔 나의 마음이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밤새도록 얼마나 많은 비가 쏟아져

내리는지 잠을 설쳤다. 아침 일찍 조심스럽게 창문 커틴을열어보니 비는 멈추었지만 회색빛 하늘이었다.

망가냐를 오가는 길은 정말 소문난 나쁜 길이다. 거리로는 카롱가에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가가까운 곳이지만,

비포장도로인데다 찰 진흙이 덮혀 있어 얼마나 미끄러운지 모른다. 비가 왔다하면 그날은 안 가는 편이 더 나은

길이라고 하는데 밤새 비가 그렇게 왔으니 왜 걱정이 안 되겠는가?

나의 차는 4륜구동이고 카롱가에서도 유명한 루수빌로의 기사로 일한 적이 있는 노련한 운전기사라서 모두들

걱정 말라고 나를 위로했다. 모두 8명이 탈 수 있는 큰 차라 루수빌로의 직원들을 태우고 우리는 9시 30분에

루수빌로에서 출발했다. 길은 미끄러웠지만 노련한 운전기사의 기술로 우리는 무사히 망가냐에 도착했다.

 

10시에 시작하는 개관식에 미리 와 있는 사람들은 10명 정도 밖에 없었다.

아니 그렇게 좋아하고 환호하던 주민들이 다 어디에 있냐고 했더니 책임자는 느긋하게

“아, 다 옵니다, 걱정마세요” 라고 웃으면서 답한다. 나도 이렇게 적은 숫자로는 개관식을 못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1시간이 지나니 한 50명쯤 보였다. 그러나 아직도 추장님의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11시30분이 되니 추장님께서

나타나 환한 얼굴로 반갑게  나에게 인사를 했다.“ 아, 우리들을 도와주는 좋은 어머니여,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그렇게 축복해주시는 분의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마음을 풀고 이제는 식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시계를 보니

11시 45분이다. 거의 두 시간 늦게 개관식을 시작하니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드는 것이 아닌가?

아, 나는 아직도 아프리카 타임에 적응을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늘도 맑아지니 우리들 마음도 모두 맑아진 채,

망고나무 그늘아래 모여 앉았다.사회자가 이 지방 언어로 인사를 하고 사람들이 축사를 하고나서 음악부 학생들의

축하 연주가 있어서 모두 신명나게 춤추면서 기뻐했다. 우리는 추장님과 피터 선교사님을 모시고 테이프를 끊고

유스 센터 안을 내빈들에게 보여드리면서 악기와 운동 기구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모두 감탄과 환호의 입이 닫힐 줄 모르면서 고마워 했다.

 

이곳은 카롱가와는 달라 더 개발이 안 된 곳이기 때문에 문화와 문명의 혜택이 거의 없는 곳이다.

이곳에 우리 후원회의 지원으로 유스 센터가 건립 되었고 전기가 없는 이곳에 고액을 들여 태양열 시스템을

설치해서 밤에도 청소년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며, 키보드, 전축 등을 사용하여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가 있게 되었다. 나는 기쁨으로 정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우리들의 작은 사랑과 희생이 이토록 큰

열매가 되어 이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그들을 이토록 행복하게 해줄 수 있게 되었음을 후원회원님들과

함께 기뻐한다.나의 힘이 아닌, 하느님의 사랑과 후원회원님들의 사랑의 결실이기에  감사의 기도가 터져나온다.

 

헌데 개관식 도중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서  우리는 모두 유스 센터나 정원에 새로 만든 큰 정자 로

몸을 피해 비좁게 앉아 있다가  식을 계속하자는 의견에 따라  축사와 답사를 나누면서 식을 끝냈다.

오후 3시가 되어루수빌로에서 제공한 식사로 온 동네가 잔치분위기였고 아이들은 빗속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비를 좋아 한다 .곡식을 생각하면 비가 더 많이 와야 한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니나 다를까 나의 4륜구동차도 힘을 못 쓰고 노련한 운전기사의 기술도 어디로 갔는지

차가 길 위에서 춤을 추더니 물이 고여 있는 도랑으로 빠져버렸다.

 

그 길은 빙판 보다 더 미끄러웠다. 내 차에 탔던 루수빌로 직원들은 너무도 익숙하게 맨발로 도랑으로 들어가

차를 들어 올렸다. 동네 주민들까지 합세하여 40여 분 만에 차를 꺼낼 수 있었는데 참으로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우리 모두는 짜증 내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았다. 30분 만에 올 수 있는 길을 2시간 이상 지체하면서

나만 차에 타고 나머지 남자들은 모두 걸으며 차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붙들어 주면서 큰 도로까지 나왔다.

 

나에게는 처음이자 놀라운 경험이었지만 말라위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일상인지라 전혀 마음에 동요가 없었다.

시작 시간이 2시간 넘게 지나도 그들은 평온했고 그로인해 점심을 3시에 먹었는데도 불평 한마디 없었다.

나도 이들의 느긋함을 더 많이 배워야 한다. 아직도 내 가슴은 자주 동동거리지만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이곳에서 살아갈 수가 있을 것이다. 집에 돌아오니 내 옷과 신발도 진흙범벅이 되었다.

 

모든 긴장이 풀리고 밤이 되니 이제는 몸살 감기가 나를 뒤흔들어댄다.

“네가 아무리 나를 뒤흔들어도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용솟음치는 이 기쁨은 결코 앗아가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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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아기사슴 | 작성시간 11.03.07 사진을 먼저 보고 교수님의 글을 읽으니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얼마나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지요? 성질 급한 우리들은 적응하기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1.03.08 또한번의 기적이 일어났군요
    망가냐 사람들도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 작성자Junhee Kim | 작성시간 11.03.09 환경과 문화가 다르니 습관과 기준, 가치관도 다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애고...선생님~글을 읽으니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워낙 소상히 써 주셔서요
    문화의 차이 그리고 여러가지 말못할 어려운 환경... 잘 극복 융화하셔서
    아름다운 주님의 향기 드러내시기를 기도합니다
  • 작성자노랑나비 | 작성시간 11.03.09 보내주시는 글을 기다립니다 마치 그곳에 함께 하는듯이 마음이 행복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이렇게 불가능한것이 없다는것을 다시한번 깨닫습니다 그렇게 다른 환경에서 일하니 얼마나 마음도 육신도 힘이 드시겠어요 용감한 우리 선교사 주님의딸 아녜스!!1그대를 통한 주님의 사랑의 열매를 함께 기뻐 합니다 고마워요 감기 조심 하셔요 쉬어야 겟어요
  • 작성자Lucy714 | 작성시간 11.03.09 에거 감기 주의보..! 아녜스님.^*~ 않되는데요..^^ 4월3일 만날 날이 다가오는데... 건강하셔야지요?!!
    아프리카 여행 중 누 때들이 지나간 자욱 길에 사파리 나간 jeep 이 빠져 내려 밀던 기억이..그 때가 우기였나 봅니다.
    현장감 넘치는 소식들..! 다시 아프리카로 간 기분입니다. 아이들..자기들 둥지로 떠나고..^^ 이제사.. 회원님. 샬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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