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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How are you?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1.03.15|조회수87 목록 댓글 3

How are you? 

I am fine, thank you and you?" "Thank you, I am fine."

 

기억하건데, 우리는 이렇게 영어로 인사하는 법을 배웠다. 학교에서 그렇게 배우면서도

“설마 이렇게 길게 인사를 주고 받을까”라는 의문도 가져봤지만, 나는 요즈음 교과서에

쓰여져 있는 그대로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하루를 시작 한다.

우리는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워 온 민족이다. 햇수로 따지면 엄청난 세월을 영어 사전을 끼고 살았지만,

막상 외국인을 만나서 첫 번째 인사를 나누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것과는 반대로 말라위에서는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왠만한 의사소통은 영어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영어실력을 떠나서 말라위 사람들의 말하기 좋아하는 국민성에 의한,

내가 지어낸 “수다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교육을 받지 못한 현주민들의 대부분은 영어를 못 하지만 영국 식민지였던 말라위는

영어와 원주민어를 학교나 공공기관에서는 공용하고 있다.

 

카롱가 사람들을 길에서 만나 눈이 마주치면 그들은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How are you?" 로 시작해서 상대방이 ”I am fine, thank you and you?"도 하기 전에

"I am fine."이라고 대답하고는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는 악수를 청해온다.

세상에 처음 보는 사람들과 스스로 인사하며 악수를 청하는 문화를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가?

그들은 내가 무엇을 하며 어디에 사는지도 묻는다. 그리고는 나를 한번 찾아오겠다고 스스로 자신을

우리 집으로초대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토록 다른 사람들을 향해

마음이 열려있음을 알게 된다.

말라위사람들은 결코 홀로 사는 법이 없다. 아니 그들은 절대 홀로 살 수 없는 민족이다.

그렇게 많은 대화가 필요한 사람들이 어찌 홀로 살 수 있겠는가?

내가 큰집에서 혼자 사는 것을 보고 이곳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이해를 할 수가 없다는 표정이다.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라고 그들은 내 이야기를 주고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이들에게서는 우울증이나 자살충동을 받은 경험은 전혀 없어 보인다.

 

내가 처음 이곳에 도착해서 집을 수리하면서, 또 루수빌로 직원들과 함께 일을 시작하면서

답답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약속들을 안 지키면 나는 마음속에서 불이 날 때가 있었다.

그들과 따지려고 전화를 걸면 그들은 너무도 정중히 “How are you ?"라고 인사를 해오는데

오히려 더 약이 오르는 느낌이었다. 지금 여기에 와 있어야 할 사람이 오지는 않고 내가 어떻냐고 묻는 것이

오히려 더 불쾌 했다.나는 그런 안부인사가 너무도 형식적인 것 같아 그 인사를 받을 마음도 시간도 없어

용건만 이야기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릴 때가 있었는데 몇 달을 그들과 지내고 나니 나의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잠시 심호흡을 하고 난 후, 그들과 인사를 나누다보면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것을 느낀다.

인간관계에서 인사는 바로 그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How are you?는 우리가 듣기에 아주 피상적이고 지나가는 말 같이 들리지만 잘 들으면 큰 의미가 있다.

그것은 사랑과 배려가 담긴 아주 좋은 인사이다. 그 배려에 감사하며 그 인사를 반문하는 것도

참 여유가 있는 삶의 긍정적인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요즘 한국같이 서로 바쁜 세상에는 특히....)

그래서 나도 요즈음은 아무리 바빠도, 기분이 안 좋아도 그들에게 정중히 How are you?

라고 물은 다음 그들의 인사도 받아주고 나서 나의 용건을 말하는 느긋한 무드로 전환 되는 중이다.

말라위 사람들의 “수다 문화”가 물질적으로는 결핍투성인 이사회를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유익한 제도임을 알게 되면서 나도 이제는 가끔은 그들과 수다를 떠는 여유도 갖는다.

 

보라, 우리 인간들의 삶이 얼마나 순식간에 변할 수 있는지를!

최근에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 참사를 통해 너무도 구체적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몇 분 안에 우리는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가 있다. 모든 것에 그렇게 잘 준비 되어있고 자신만만하던

일본인들의 삶도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인간은 이토록 무서운 재앙을 만나면 절대자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가까운 이웃나라의 고통 받는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며 깊은 애도를 표한다.

 

우리는 이런 사건들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가?

우리들의 지식과 정보, 재물과 명예가 얼마나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제는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임을 깨달아야할 때가 왔다.

온 지구를 지배하는 물질만능과 하늘을 찌를 듯 높아만 가는 인간들의 오만함이

이번 참사를 통해 각성되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우리가 무엇을 의존하며,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

삶의 목적도 재조정 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도 이웃에게는 진심어린 How are you?를, 나 자신에게는 솔직한 How am I?를 물어가며 사순절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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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1.03.16 사순절..
    내 욕심을 조금더 절제하고 자제하며 보내려합니다.
  • 작성자노랑나비 | 작성시간 11.03.17 그동안 콤퓨터가 고장나서 못 들어 왔어요 그대는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기도와 자선과 나눔의 사순절 이라야 하는데...
    아무 것도 실행하지 못하는것 같네요 세계가 놀라는 엄청난 사건으로 슬픔과 인간의 무력함을 다시 느낍니다
  • 작성자Lucy714 | 작성시간 11.03.18 샬롬.^*^ 은혜로운 회개의 사순시기..!! 이웃의 재난에서..우리에게 주시는 주님의 경고를..!!" 준비하고, 기다려라.
    , 그 때와 시기는 아무도 모른다."하심을...!!제난에 대처하는 침착한 .. 준비한..모습을 우린 보았습니다. 이로운것 주시고 해로운것 물리치시는 주님, 힘 주소서..!!없는것도 있게하시는 당신 이십니다...!! ^*^ 아녜스님..!! 회원님,샬 ~~~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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