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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삶이 때로는 멈춤을 원한다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1.05.29|조회수87 목록 댓글 3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들이 떠난 집안은 텅 비어있고 오늘 무엇을 먹고 싶으냐고 물어볼 사람도 없다.

나는 그냥 내가 알아서 먹으면 되는데, 그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일은 정말

즐겁고 행복한 일임을 다시금 새삼스럽게 느낀다.

분명 누군가가 내 곁에 있어서 삶이 더 기쁘고 활력에 찼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다가 받는 보너스였지 나의 일상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혼자 사는 나의 삶이 지루하거나 힘이 빠져 있다는 이야기는 더욱 아니다.

 

아들이 이곳에 와 있는 동안 전기가 몇 번 나갔었다. 전기가 나가면 우선 인터넷이 안 되고

촛불이나 태양열 램프를 켜야 한다. 그 때는 그 촛불은 낭만적이기 보다는 불편함의

상징이 되어버린다. 가스가 없는 곳이라 전기를 사용해서 음식을 만드는데 전기가 없으면

숯불을 피워야한다. 그것도 저녁 5시30분이면 어두워지는 이곳에서 숯불을 피워서 밥을

하려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바로 이 불편함을 통해 삶의 멈춤이 필요함을 나는 깨닫는다.

 

그런 불편함을 우리는 일부러 택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성인들은 자신들을 훈련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불편함을 택할지 모르지만 우리들은 사실 편한 것을 누구나 다 선호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우리를 그 불편함으로 몰아갈 때가 있다.

바로 그때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

전기가 나갔을 때 아들은 인터넷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촛불을 켜면서 아들에게 작업을 중단하게 되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는 이렇게 산다고 말해줬다.

그런데 27살의 아들은 놀랍게도 나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 아니에요. 오히려 잘 되었어요. 잠시 일을 멈추는 것도 유익해요. 이런 경험을 안 하면

그렇게 안락한 독일의 생활에 대한 감사를 모르겠지요, 우리는 그런 혜택 속에 살면서도

마냥 불평만 하고 살아가잖아요. 내가 하던 일을 멈추니 엄마와 대화할 시간이 생겼네요.“

 

그렇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정해놓은, 끊임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삶의 템포에 허덕이며

바쁘다고, 왜 이렇게 하는 일 없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느냐고 한탄하며 살아간다.

특히 한국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삶이 그렇다. 이 템포에 맞춰 살지 않으면 마치

낙오될 것같은 두려움에서 그렇게들 살아간다고 한다.

 

그런 삶을 살아가다보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

우선 가족들과 친구들과의 진정한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다.

멈춤이 없는 삶속에서는 무엇이 귀중한 것인지, 무엇을 감사해야하는지 분별 할 시간이 없다.

또 하나, 잃고 있는 것은 건강이다. 휴식을 모르는 육체는 피로와 노폐물이 쌓여 곧 병을 얻게 된다.

성경에서도 이 세상을 다 얻는다 해도 생명을 잃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예수님께서 우리들에게 가르치신다. 그러나 스스로 멈춤을 갖는 사람은 그리 많질 않다.

우리는 질병이나 어떤 상실을 통해서 멈춤을 강요당하는 일이 종종 있다.

사람들이 스스로 못하니까 때로는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멈춤이 일어나도록 고통을 허락하시는 것이다.

고통은 불편하지만 때로는 우리들에게 유익한 것이 되어 은총으로 변할 수가 있다.

그 고통을, 그 불편함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우리들의 삶은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많은 것을 아프리카 땅과 사람들에게서 배우고 있다. 이 주어진 아름다운 자연과 상반 되는 열악한 기후나

환경, 하느님은 인간들에게 결코 모든 것을 다 주시지는 않는다.

어느 나라든, 어느 민족이든, 각자의 고통과 어려움들이 있다. 동시에 그들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과

누리는 혜택이 있다. 우리가 그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들의 삶의 질은 확실히 달라진다.

 

우리는 무엇을 향해, 무엇을 얻고자 그렇게 달려가는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자신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웃이 보이고, 이웃이 보이면 이 세상이 보인다.

이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세상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보게 되니,

그것은 오직 멈춤을 통해서만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좁은 길에서는 달릴 수가 없다. 길이 험해서 쉬어가며 걸어야한다.

오직 넓은 길을 택해 가는 자만이 앞서가려고 달리는 것이다.

그렇게 달리기만 하는 자들의 목적지에는 결코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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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Lucy714 | 작성시간 11.05.30 샬롬 ^*^ 일상으로 돌아와 다니엘과의 알찬 시간들..^^ 추억하며 멈춤의 명 강의를 여기 우리에게도 알려주니 감사 사~~
    또한 풍요함에서 잠간 아프리카의 현장으로 돌아갈수 있어.. [ 10년 주기로 2번 다녀와..]
    자신을 멈춰보는 시간이 되네요..!! ^*~ 아녜스님 넘 무리마시고 새 일에..^^ 힘짱..!!!
  • 작성자노랑나비 | 작성시간 11.05.31 다니엘이 가서 텅빈 마음을 주님의 일로 채우시려는 그 모습에서 그분의 향기를 느낌니다 오천명을 먹이시자 당신을 왕으로
    삼으려는 유대인을 떠나 산으로 물러가시는 주님 ! 성부와의 만남을 위해서....혼자서 고독해야 하고 좁은길을 가야하고....
    가슴을 울리는 진실의 글 ...임마누엘 하느님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언제나 그대의 글이 기다려 집니다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1.06.08 우리는 무엇때문에 그리도 바쁘게 달리는가..
    저도 그 여유를 찾고자 이번에 남아공에 잠시 들릴까 합니다.
    확실히 결정 되면 알려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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