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프리카에 와서 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그중 나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이 순간을 살아야 후회가 없다는 깨달음이다.
많은 책이나 현자들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는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나 그대로 실천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전혀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모든 것이 오늘 못하면 내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삶은 이제 그렇질 못하다. 오늘,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안 하면
언제 그 일을 할 수 있게 될지 아주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어느 때보다 더 긴장해야하고 깨어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곳 삶이 여유가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결코 한국에서 받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받는 그런 종류의 스트레스는 전혀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있었는데, 나의 게으름 때문에, 아니면 시행착오로 빚어지는 삶의 불편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내가 내 자신에게 퍼붓는 질책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이곳 사정을 잘 몰랐을 때 나는 종종 나의 시행착오로 불편을 겪곤 했다.
이곳 전기사정이 안 좋아 시도 때도 없이 전기가 나간다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고
전기가 있을 때 해야 할 일들을 안 하고 다른 일들을 했었다.
그러다가 전기가 나가면 아차, 머리를 드라이했어야 하는데, 밥을 미리 얹어놨어야 하는데,
구겨진 옷들을 다림질 했어야 입고 나갈 텐데...등 후회하는 일들이 자주 있었다.
물론 그 모든 일들이 안 되었다고 해서 나의 삶 자체가 흔들리는 일들은 아니다.
그러나 후회한다는 것은 왠지 내가 추구하고 있는 삶의 방향이 아니었기에,
나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으니 내 마음의 평화가 유지 될 수가 없다.
몇 번이고 이런 불편함을 겪다보면 드디어 나의 뇌에 입력이 되어 진다.
그리고는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움직이게 된다. 전기가 있는 동안에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가?
가장 먼저 인터넷이 되는 날에는 카페를 들어가서 글이나 사진들을 올린다.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끓여서 마시고는 샤워를 하고난 후, 머리를 예쁘게 드라이한다.
고아원 아이들이나 음악부 학생들이 모두 학교에 가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나의 일정을 오후에 시작 한다. 오전 중에는 주로 성서를 읽고 영어공부를 하거나 전기가 있는 날에는
키보드에 앉아 연습을 한다. 또 학생들의 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준비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이메일을 쓴다. 전기가 들어오는 날에는 이렇게 할 일들이 많다. 그러나 전기가 끊어지는 날에는 우선 냉장고가
안 돌아갈 뿐만 아니라 요리도 못하고(물론 숯불을 피울 수는 있지만....)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다.
이런 날은 심히 무기력함을 느끼며 우리가 얼마나 전기에 의존하고 사는 존재임을 재확인하게 된다.
이렇게 하찮은 전기 하나만으로도 우리들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데, 하물며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생명이 주어졌을 때 해야만 하는 것들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전기가 나갈 것이라는 사실에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그들은 그것에 준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건강한 몸으로
살아가는 동안 우리들의 생명이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을 떠날 때 비로서 우리들의 삶이 유한함을 느끼게 되는데,
때로는 그것을 너무 늦게 알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회한의 눈물을 흘리지만,
그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면서
살아가야한다. 건강한 몸일 때 우리는 여행의 즐거움도 만끽하게 되며, 자녀들이 곁에 있을때,
그들을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가 있다. 다른 사람들과 시간과 물질을 나눌 수 있는 것도,
내일이 아닌, 바로 지금 그 마음이 움직였을 때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들 말한다.
“ 지금은 안 되지만 바쁜 것만 지나가면 곧 성당에 나올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결코 바쁘지 않을 때가 없을 것이니 하느님을 만날 길이 없다.
또 어떤 사람은“ 지금은 여유가 안 되어서 후원을 못하지만 사업이 좀 잘되면 크게 후원을 할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축복의 창고가 쌓여있는데도 더 채우려고만 하니 후원할 만큼 풍요를 느끼는 날은
결코 오지 않으리라.
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 한다.
“ 내가 퇴임을 하고 난 후에는 전적으로 봉사의 삶만 살 것입니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나를 내어 줄 수 없다면, 그런 사람은 퇴임을 열 번 한다 해도
결코 다른 사람의 고통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이 아닌, 내일 또는 이다음에 나의 정체를 맡기고 산다면,
그것은 인생에서 돌이킬 수 없는 가장 큰 시행착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결코 내일이 없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자신의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만이,
그들이 꿈꾸는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고 하지 않았던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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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6.04 사랑하는 노랑나비님, 그동안 건강을 좀 회복했는지요? 날씨가 덥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이제 조금씩 시원해져가는 계절이에요. 그래도 낮기온은 30도를 넘고 있어요. 친구가 준 예쁜 여름옷들을 요긴하게 잘 입고 있네요.친구도 이미 많은 봉사의 삶을 살고 있잖아요. 우리들에게 건강을 허락하시는 하느님께 감사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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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펠라 작성시간 11.06.08 오늘 하루 내가 어떻게 보냈는지 다시하번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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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6.09 사랑하는 펠라님, 오랫만이에요. 젊었을 때 이미 그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후회할 것이 없겠지요.
하루라도 일찍 알게 되었다면 그것은 축복이에요, 진주처럼 귀한 날들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
작성자율리엣다 작성시간 11.06.12 교수님께서는 주님께서 주신 예술 달란트 글쓰는 달란트 사진찍는 달란트 늘 깨어 주님 말씀 실천하며 살아가시는 거룩한 모습에 진한 감동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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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6.12 융리엣다 자매님, 성령강림일에 저희 카페를 들려주셨군요. 반갑고 고마워요. 부족하지만 열심히 읽어주시고 봐주시는 그대들이 있어서 힘이 납니다. 아프리카가 아름답지요? 내년에 후원회원님들이 오시고 싶어하는데 함께
오시지않을래요? 자주 카페에서 뵙게되길 바래요. 저도 감사와 사랑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