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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커피향문학/수필

도화 산장의 밤

작성자세오|작성시간26.06.21|조회수21 목록 댓글 3

도화 산장의 밤

 

서문곤

 

마포구 도화동 산 2번지,

사람들은 그곳을 도화 산장이라 불렀다.

 

산이라 하기에는 낮고, 동네라 하기에는 비탈진 자리였지만, 그 위에 서면 한강이 한눈에 들어왔다. 강 건너로는 여의도 비행장이 펼쳐져 있었고, 밤이면 드문드문 불빛이 깜빡이며 먼 세상의 신호처럼 느리게 숨 쉬고 있었다. 그 사이에 떠 있던 밤섬은 말없이 강물에 잠겨, 마치 오래된 기억처럼 흐릿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곳의 골목은 여느 달동네와 다르지 않았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 서로 기대어 서 있는 집들, 그리고 밤이 되면 간신히 길을 짚어주는 희미한 불빛. 그러나 도화 산장의 밤은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어른들의 말소리도 어느 순간 낮게 가라앉아, 강 건너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섞여 흩어지곤 했다.

 

나는 종종 비탈길 끝에 서서 강을 바라보았다. 낮 동안의 먼지와 소란이 가라앉은 자리에서, 강물은 어둠을 품고 느리게 흘렀다. 전차의 종점 한강 건너 여의도의 불빛은 가까운 듯 멀었고, 밤섬은 그 사이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인리 발전소 굴뚝 연기, 그 풍경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서 있는 자리와 저 건너의 세계가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도화 산장의 밤은 특별한 것 없는 하루의 연장이었다. 배고픔도 있었고, 내일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언제나 멀리 밀려나 있었다. 대신 남아 있던 것은, 비탈길을 타고 내려오던 바람의 촉감과 집마다 새어 나오던 희미한 불빛, 그리고 말없이 강을 바라보던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곳은 무엇이 많아서가 아니라, 무엇이 부족했기 때문에 오래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불빛은 약했고 길은 불편했지만, 그래서 더 또렷했던 풍경들이 있었다. 지금은 아파트가 숲을 이루어 밤을 밝히는 그 옛날 도화 산장의 밤은 그렇게, 크지 않은 기억으로 오래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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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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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윤 주 | 작성시간 26.06.21 세오님
    먼 추억속의 그리움이군요
    어쩜 그렇게도 생생하게 기억을 하시는지ᆢ
    마포구 도화동 산2번지
    달동네였나 봅니다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옛 흔적은 찾아 볼수 없겠지만
    세오님은
    고향을 그리워 하듯 영원히 남아 있을 것 같아요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세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1 내 고향의 추억
    그 곳의 친구들을 지금도 만나고 있답니다.

    지울래야 지워지지 않는 도시의 고향
    은방울 자매의 노래 '마포종점' 가사 그대로의 모습이 내 고향 분위기였지요.
  • 답댓글 작성자윤 주 | 작성시간 26.06.22 세오 ^^
    그곳이 고향이 아니실까 했는데
    맞군요
    고향의 추억은 잊을 수가 없죠
    고향 친구는 평생친구죠
    사회친구와는 또 틀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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