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사이에서 다툼은 비일비재하다. 당사자들도 다툼은 사귀면서 으레 넘겨야 할 통과의례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갑자기
‘울컥’해서 갈등을 조장하는 상대라면 어떨까? 성격이 맞지 않는 것 같고 심지어 헤어져야 하나 고민하게 될 것이다. 별것 아닌 일
에 ‘울컥’하는 상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글 / 젝시라이터 스트립문

"아잇, 울컥울컥!" VS "쟤 왜 저래?"
상대가 별 것 아닌 일에 갑자기 ‘울컥’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돌이켜봤지만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는데
이 사람이 왜 이러나 싶기도 하다.
돌이켜 억지로 짜내 보니, 상대가 화내는 이유가 대충 짐작이 가기도 한다. 그런데 그 정도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아
아, 모르겠다. 슬슬 짜증이 밀려온다.
상대에 대한 불신이 더 깊어지기 전에, 조금 생각해보기로 했다. 왜 상대는 ‘울컥’하게 됐을까? 혹시 이런 이유 때문에?
생각1. 불같이 끓어오르는 다혈질이어서?
대화 중 순식간에 화를 낸 상대는 다혈질일 가능성이 높다. 무언가 안 좋은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감정이 격해졌을지 모른다.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가 분류한 기질 중 하나인 다혈질. 이 기질이 있는 사람은 대화 중 즉각적인 반응을 드러내고 감정 기
복이 심하다. 누군가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순식간에 화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화난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 않고 금세
풀린다는 특징도 있다.
그러고 보니 상대는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해서 ‘울컥’했다가 ‘잠잠’해지는 패턴을 반복해온 것도 같다. 그렇다면 상대는 역시나 다
혈질이었던 걸까?
생각2.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를?
상대는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어떤 패턴으로 흘러갈지를 경험상 알고 있다. 내 말버릇이나 제스처만 봐도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퍼즐처럼 딱딱 맞는 게 아니어서 가끔 빗나갈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머리를 긁적인다는 건 미안한 짓을 했다는 예고다. 하지만 1%의 확률로 정말 간지러워서 긁었을 수도 있다. 하지
만 안타깝게도 상대는 이제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1%의 적은 확률에 걸려들어 ‘울컥’하며 화를 낸 것이다. 반복된 경험으로
인해 종소리만 들어도 조건반사적으로 침을 흘린 파블로프의 개처럼 말이다.
이런 경우라면 나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었는 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내 어떤 점이 상대로 하여금 화를 내게 했을까? 혹시 상대는
내 반복된 잘못에 인내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은 아니었을까? “이 사람이 또 뭔가 큰 짓을 저질렀구나. 도저히 못 참겠다. 나도 참
을 만큼 참았다고! 울컥!!” 뭐 이렇게 말이다.
이런 경우라면 정말 머리가 간지러워서 긁은 거라고, 오해라고, 옆에서 조근조근 설명을 해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생각3. 남들에 비해 특출 나게 유별나서?
사실 상대가 유별나고 까다로운 성격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단어 하나, 말 한마디에 남과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때로는 꽈배기처
럼 비비 꽈서 받아들여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든 적도 있다. 남들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유난히 민감하게 받아들여 문제를 키
우는 것이다.
짐작해보건대, 아마 상대는 대화 중 마음에 걸리는 말을 발견했을 것이다. 속으로 말의 의미를 해석하고 곱씹어보다가 갑자기 기
분이 불쾌해져 ‘울컥’ 화를 낸 것이다. 그렇다고 상대가 굳이 자신이 왜 화를 냈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스스로 유별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말해봤자 자신의 꼴만 우스워질 게 뻔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이에 나는 점점 답답하고 불만만 쌓여갈 뿐이
다.
어떤 이유에서든 상대가 ‘울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다음에도 똑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유가 뭔지를
구체적으로 묻고, 해결책을 함께 찾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노력을 해도 상대가 노력하지 않아 이런 상태가 계속 반복된다면 어
떻게 될까? 누구나 예상하듯, 참거나 혹은 끝내 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