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이라하고, 사랑이라 쓴다.
[카무이x긴]
그것은 단지 작은 호기심이였다. 여동생이 무척이나 따르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을 뿐이였다. 고집스럽게 믿는 사람이라고는 아버지나, 자신 밖에 없는 동생이 믿고 따르는 존재가 궁금했다. 단지 그것 뿐. 단지 그것뿐이였는데..... 제 침대에 누워 죽은 듯 자고 있는 이 사내. 여기도 저기도 둥실한 머리스타일에 색소가 빠진 듯한 은색머리. 투명할 정도로 새하얀 피부.
적안(赤眼)의 눈동자. 제 여동생, 카구라가 무척이나 따르는 존재. 사카타 긴토키.
“왜… 데리고 왔지…?”
카무이가 손을 뻗어 긴토키의 머리카락을 쓸어 만졌다.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빠져나가는 은색 머리카락. 생각대로 부드럽다.
왜일까. 왜 데리고 온 거지? 카무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제 일을 떠올렸다. 궁금하고 궁금해서 몇 번이나 몰래 지켜봤었다.
긴토키의 집에 하숙을 하는 카구라는 수업이 끝난 방과후에 항상 긴토키와 함께 교문을 나왔다. 다정다감한 모습. 먹을 걸 보고 때를 쓰 듯 칭얼거리는 카구라가 귀여운 듯 나른히 웃는 긴토키의 표정. 그걸 본 순간 불쾌했다. 몇 번이나 봤지만 불쾌하다고 느꼈다. 카구라에게만 보여주는 표정이, 그리고.... 검은 머리의 외눈의 사내에게 보여주는 표정이 불쾌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납치 했다. 몰래 긴토키에게 다가가, 급소를 내려쳐 기절시킨 걸 그대로 들고(?) 제 집으로 데려왔다.
“이상해. ”
아무리 생각해도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모르겠지만…아마도 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 이 얼굴. 이 사람의 모든 걸, 가지고 싶어. 가지고 싶어? 아아. 카무이가 씨익 웃었다. 그래. 그런 거다. 왜 불쾌한 건지 알겠다. '으응' 하고 웅얼거림이 울렸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더욱 매력적이다. 카무이는 씩 웃으며 긴토키를 내려다봤다. 긴 속눈썹이 부르르 떨리더니, 적안의 눈동자가 들어났다. 아직 초점이 안 맞는 듯 두 어번 깜빡이다, 제 색을 되찾은 눈동자가 당황함에 물들었다.
“무… 뭐야! 여기가 어디야!?”
“이제 일어났어요?”
“하?! 너! …엥? 카구라아냐? 머리스타일이 변했네. 목소리는 또 왜 그래? 어라? 키도 컸…”
완벽히 카구라로 착각하고 있네? 카무이가 씩 웃었다.
“잘 잤어요? 카구라의 오빠, 카무이라고 해요. 사카타 긴토키 선생님.”
“엥? 오빠?”
긴토키가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보니, 전에 카구라한데 들었었지. 위에 오빠가 한 명있다고…. 그게 요 꼬맹이군. 긴토키가 손을 뻗어 카무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그래. 카구라 오빠. 긴상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설명해주지 않을래?”
“내 집이에요, 선생. 당신, 나한데 납치당한 거야.”
“흠. 역시 이 몸은 인기남이라니까. 아아, 역시 천연파마 꽃미남이 고민은 끊이질 않아. 하하하하!”
“……”
“그렇지? 잘 생긴 것도 죄라니깐. 근데, 진짜 아파. 정말 아파. 아아. 장난 아니야. 고로, 긴상은 이만 집에가렵니다아.”
그렇게 말하며 긴토키가 일어났다. 나지막하니 하품을 내뱉으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충분히 경계하고 있는 듯 하다. 카무이가 피식 웃으며 문쪽으로 가려는 긴토키의 팔을 잡았다. 가는 팔.
“어딜 가?”
“아앙? 당연히 내 집이지, 요녀석아. 긴상 집에 갈거거든? 말 없이 외박하면 카구라가 화내거든? 내 당분 사라지거든?”
“하하하. 역시. 아직 상황판단이 안 되나봐? 선생.”
기분나쁜 웃음이라고 생각했다. 긴토키는 묘하게 카무이에게서 나는 피냄새를 맡았다. 위험한 꼬맹이다. 그렇게 누군가 외치고 있다. 빨리 벗어나야 해.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해. 카구라 오빠가 이렇게 위험한 인물이였다니. 긴토키는 짧게 혀를 내차며, 카무이의 손을 뿌리쳤다. 아니, 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붙잡힌 손아귀의 힘이 세다. 간단히 뿌리칠 수가 없다. 무슨 꼬맹이의 힘이 이렇게 쎄?!
“이거 노…우와악!”
- 털썩
긴토키가 멀뚱히 천장을 바라봤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려고 할때, 카무이가 빙긋 웃으며 긴토키 위에 올라 타, 지긋이 그 몸을 눌렀다. 당황해하는 긴토키를 보며 카무이는 그저 빙긋 빙긋 웃으며 손을 뻗어, 긴토키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쉽게 보내 줄 생각 없다구? 선생.”
“너, 너! 무겁다고오─!! 대체 뭐하는 짓이야! 이거 범죄거든?! 납치는 범죄거든?!”
“그래서?”
“범죄라고! 완전 범죄! 요녀석아! 긴상 아프거든요? 빨리 집에 안 가면 내 소중한 당분이 사라지거든요? 아앙?!”
“상관 없어. 선생. 난 한 번 손에 들어 온 건 놓치지 않는 주의거든. 그러니까 선생은 내 거야.”
진심이다. 카구라와 똑같은 푸른 눈동자가 차갑게 번뜩인다. 왠지 모르게 오싹해진 긴토키는 나지막하니 한숨을 내뱉었다. 이래서 귀찮은 건 싫다니까아. 아아, 긴상은 정말 귀차니즘이라고오. 긴토키는 조심스레 제 무릎을 세워, 카무이의 복부를 가격한 후, 붙잡힌 팔목을 돌려, 되려 카무이를 눕히곤 일어났다. 눈깜짝할 사이에 되려 당한 카무이가 멀뚱히 천장을 응시하다, 반쯤 몸을 일으키곤, 피식 웃었다.
“콜록, 꽤 하는데? 선생.”
“어른을 무시하면 못쓰지, 요녀석아! 꼬맹이는 꼬맹이 답게 우유나 더 먹어!”
“큭큭, 재미있어. 카구라가 왜 당신 곁에 있는지 알겠어. 하지만 아까도 말했잖아…? 당신은 내 거라구? 내 먹잇감이야.”
“어이, 어이, 어이! 긴상은 동물이 아니거든?! 음식 아니거든요?!”
“아아. 그런 건 알고 있어.”
카무이가 씨익 웃으며 손을 뻗었다. 아직 제 손 보다 작은 손이지만 무지막지하게 커 보인다. 슬쩍 몸을 피해, 그 손을 피하자, 다른 손이 긴토키의 손목을 붙잡았다.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세게 잡히자, 긴토키가 아픈 듯 소리냈다. 그것에 카무이는 기쁜 듯 빙그레 웃으며 휘익- 잡아 당겨 긴토키를 제 옆자리에 눕혔다. 턱에서 매끄럽게 이어지는 목 선.
카무이는 긴토키의 매끈한 목선에 살포시 입을 맞췄다.
달콤한 향내가 난다. 무척이나 달콤한 향내. 손을 뻗어 둥실한 머리카락을 만지자, 긴토키가 움찔거렸다. 온 몸으로 긴장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간지럽히듯 긴토키의 머리카락을 헤집다, 피식 웃는 카무이.
“이, 이… 이! 이 빌어먹을 꼬맹이가아아아아아!!!”
왠지 놀림받는 듯한 기분에 울컥한 긴토키는 주먹을 쥐고 카무이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고통에 신음을 내뱉으며 쓰러진 카무이를 뒤로 하고, 긴토키는 씩씩 거리며 일어나 카무이를 내려봤다.
“어른을 우습게 보면 큰 코 다친다고, 요 꼬맹아! 알겠냐아아?!”
“아아…! 진짜 아파ㅡ!”
“꼬맹이 주제에 긴상을 덮치는 건 백년은 멀었다고! 칫. 그럼 긴상은 이만 갑니다아? 다신 납치같은 거 생각하지 맙시다아? 제길, 소중한 내 당분이 사라지겠어… 흑!”
눈물을 글썽이며, 긴토키는 분한 마음에 널부러진 카무이의 복부를 한대 걷어 찬 후에야 방을 벗어났다. 홀로 방안에 남겨진 카무이는 한동안 고통에 발버둥쳤다. 3분 후에 사라진 아픔. 그리고… 풋- 하고 터져버린 웃음.
“크크큭! 역시… 역시! 재미있는 사람이야!”
강하다. 중간에 힘을 뺏지만, 아마 진심으로 쳤다면 갈비뼈가 부러졌을 거다. 역시 강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사내. 그리고… 카무이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푸른 눈이 차갑게 번뜩였다. 마치, 사나운 짐승이 먹잇감을 발견한 것 처럼.
“사카타 긴토키… 크큭. 내 거야. 그 몸은 내 것. 나의 먹잇감이야.”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리고, 카무이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혀를 살짝 내밀어 제 아랫입술을 핥아 올렸다. 목이 타들어간다. 입안을 바싹 마르게 하는 갈증. 흥분에 겨워 어쩔 줄 모르겠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온 몸의 세포가 부들부들 떨린다. 간만에 찾은 것. 아아. 빨리, 빨리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후후. 재미있어지겠어…”
“기대해. 다음은 쉽게 보내주지 않을 거라구? 선생.”
사카타 긴토키… 다른 누군가에게 절대로… 빼앗기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