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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 연구 5 - 가사의 구조적 분석

작성자hojung|작성시간03.09.05|조회수727 목록 댓글 0
이 글은 <어머님께>의 가사를 음악에 얽매이지 않고 가사 자체의 완결된 구조를 보려는 의도에서 씌여졌다. 물론 분석대상이 노랫말이기 때문에 가수의 음성과 감정, 악기, 멜로디와 박자 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어머님께>는 노랫말 자체가 완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문학적 텍스트로서 분석될 여지가 있다는 판단 아래 씌여진 것이다. 이 판단은 어쩌면 성급한 것일 수도 있고, 유행가 한 자락을 가지고 너무 부풀리는 게 아닌가 하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서양의 사랑에 관한 시가 현대의 발라드 음악이 되었듯, god의 <어머님께>가 고전의 반열에 올라설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을 담고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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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의 가사는 내용상 4부분으로 나뉘어집니다. 그리고 곡 전체는 다음의 구성을 가집니다.


프롤로그 - 자장면 에피소드 - 연결(A) - 도시락 에피소드 - 연결(A) - 식당 에피소드-전환-사모곡 - 에필로그(A)


일단 각 부분을 하나하나 살펴 볼까요?
이제는 god 노래의 특성으로 자리잡은 짤막한 나레이션이 곡의 프롤로그를 담당하지요. '어머니, 보고 싶어요'라는 한 문장은 <어머님께>가 나타낼 주제를 한바퀴 돌려서 이야기합니다. 다시 말해 <어머님께>의 주제인 어머니에 대한 사랑, 그리움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한 마디로 압축해 제시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프롤로그에 이어 세 개의 에피소드들이 시간적 순서를 가지고 나열됩니다. 자장면 에피소드, 도시락 에피소드, 식당 에피소드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이 사건들은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주인공과 어머니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데니는 프롤로그에 이어서 자장면 에피소드를 이야기(노래)합니다. 나지막한 나레이션인 프롤로그보다 한 톤 높아진 목소리는 어린 시절의 가난에 대한 인상을 더욱 공고히 합니다. 또한 이 에피소드에서는 라면과 자장면이 대조적으로 사용되어 있는데, 90년대 이전까지 우리 국민의 특별식으로 사랑받았던 자장면과 한 끼 때우는 인상이 짙은 라면의 대조는 주인공의 가난을 우리 전체의 것으로 공감하게끔 하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허기를 가시게 하기 위해 라면을 끓여 먹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고, 어렸을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간 동네 중국집에서 입가에 춘장을 묻히며 자장면을 먹어 본 경험 또한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에피소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일 것입니다. 좋은 것, 맛있는 음식은 언제나 자녀들의 몫으로 돌리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을 반어적으로 그려내어 그 절절함이 더욱 마음을 울립니다.

도시락 에피소드는 중학교 1학년 때의 어느 쉬는 시간의 한 사건을 잡아내고 있습니다. 같은 교복에 같은 교과서로 공부해서 교실 안에서 빈부격차는 그리 크게 보이지 않았더라도, 도시락 반찬의 차이는 아마도 가장 피부에 닿는 가난의 흔적이었을 것입니다. 학교 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빈부격차의 여러 모습 가운데 도시락에 주목한 작사가 박진영의 탁월한 감각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손호영과 윤계상이 연이어 불러주고 있습니다. 세 에피소드 중 가장 드라마틱한 갈등 상황으로 짜여진 도시락 에피소드를 god의 두 멤버가 이어서 부름으로써 음색, 창법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다양함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손호영이 부르는 앞부분은 도시락 에피소드의 전말을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부잣집 아들녀석'과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그 녀석의 얼굴로 주먹을 날리게 된 주인공의 상황을 가감없이 표현하고 있지요. 그에 비해 윤계상의 부분은 조금 다른 색채를 띱니다. 얼핏 보기엔 학교에 호출된 어머니가 사과하는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윤계상의 건조한 목소리에 실린 노랫말은 그 뒤에 보이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어머니 모습의 단순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이 느끼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실망,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묻어나 있는 듯 합니다.

이러한 '상황 설명-감정이 묻어나는 진술'의 패턴은 자장면 에피소드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즉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와 '우리 어머니가 비셨어'의 역할은 같다고 볼 수 있겠지요. 자장면 에피소드에서의 상황 설명은 라면에 물린 주인공이 어머니를 졸라 특별한 음식인 자장면을 먹게 된 과정이고, 감정이 묻어나는 진술은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에 보이는 어머니가 자녀에게 베푸는 한없는 사랑인 겁니다.

마지막 식당 에피소드는 가난과 좌절을 딛고 조그만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기쁨, 그리고 그 절정에서 맞는 이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의 두 에피소드에서 가질 수 있었던 의문들-어머니가 일터에 나가셔야 하는 이유, 혼자서 끓여먹는 라면-을 해결해 주기도 합니다. '아버님 없이' 해냈다는 자랑스러운 진술을 통해 주인공과 어머니가 짊어져야 했던 가난의 원인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지요. 아버지의 부재가 가져온 가난과 그것을 이겨낸 어머니의 강인함이 매력적인 저음의 박준형 목소리에 실려 전해집니다. 박준형의 저음은 그가 부르는 이 에피소드가 갖는 내용상의 밝음과 대비를 이룹니다. 마치 <어머님께>의 슬픈 결말을 예고하는 듯합니다. 이처럼 <어머님께>는 노랫말의 내용과 멤버들의 음색에 따른 느낌까지 맞아 들어갑니다.

이 식당 에피소드는 문장을 끝맺지 못하고 전환을 맞습니다. 프롤로그의 나레이션의 느낌을 이어받는 안데니의 랩(나레이션?)이 이 에피소드의 분위기를 바꾸어 버립니다. 박준형의 랩은 어머니와 주인공 삶의 환희의 순간이고, '깨지 않으셨어, 다시는'이라는 한 마디는 그 절정의 순간에서 급전직하하여 삶의 비극성을 더욱 강조합니다. 삶의 최절정에서 맞는 영원한 이별. 우리네 삶에 끼어들어 우리를 넘어뜨리는 무수한 태클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큰 아픔입니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고생고생해서 식당을 하나 마련한 그 날, 하필이면 개업하는 날 어머님이 돌아가신다는 건 너무 작위적인 설정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서 기쁨과 슬픔은 번갈아 오기 마련이고, 그것이 노랫말 속에 조금은 작위적으로 그려져 있다고 하여 노래가 가지고 있는 감동을 약화시킨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어머님께>에서는 인간이 침범할 수 없는 도저한 삶의 아이러니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짧은 랩(나레이션?)은 식당 에피소드의 내용 상 전환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곡 전체 구성의 전환을 담당하게 됩니다. 주인공이 제3자에게 자신과 어머니의 삶의 한 조각을 드러내보인 앞선 에피소드들과는 달리, 전환 이후에는 주인공이 어머님께 직접 고백하는 진술이 뒤따르고 있지요. 이야기를 건네는 대상이 '제3자-어머니'로 바뀌게 되는 거지요. 이 부분은 식당 에피소드의 분위기와 곡 전체 구성을 한꺼번에 바꾸어 내고 있어 <어머님께>의 노랫말이 얼마나 탄탄하게 짜여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김태우가 불러주는 부분을 편의상 사모곡이라고 부릅니다.

사모곡은 <어머님께> 전체 가운데 가장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이며, 주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부분입니다. <어머님께>가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사랑합니다, 어머니' 일 테니까요. 하지만 주인공은 어머니 앞에서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후회가 남기 마련인 자식의 마음을 단 석 줄의 문장에 담아내고 있는 겁니다. 사실 어머니의 사랑 앞에 어떤 말이 놓일 수 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은 필요가 없습니다. 김태우의 노래를 들으며 짠해지는 마음을 붙잡도록 노력할 뿐입니다.

그런데 빠진 부분이 있지요? 네, 연결/에필로그라고 이름붙인 A부분입니다. 김태우가 불러주고 있는 부분인데, A는 <어머님께>에서 두 가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름붙인 그대로 각 에피소드를 연결하는 역할과 이야기를 끝맺는 에필로그의 역할입니다.

먼저 연결의 A : 연결의 역할을 하고 있는 느낌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고'로 이어지는 어미의 사용입니다. 문장을 완전히 끝맺지 않고, '-고'로 종지부를 만든 것은 라임을 맞추려는 의도에서 비롯됐지요. 하지만 단순히 라임을 맞추려고 했다면 문장을 '-며', '-다'로 맺어도 되었을 겁니다. 어미의 종류가 다른 '-다'가 아니라 '-고'와 같은 연결어미인 '-며'로 한 번 바꿔 봅니다.


그렇게 살아가며 그렇게 후회하며 눈물도 흘리며
그렇게 살아가며 너무나 아프며 하지만 다시 웃으며


어색하고 우습지요? 우리가 원래의 노랫말에 익숙해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노랫말이 가지고 있는 풍성한 결이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른 연결어미와 달리 '-고'는 시간의 연속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 때문에 에피소드와 에피소드 사이에서 시간이 흘렀구나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이처럼 '-고'라는 연결어미의 사용은 단순히 문장을 연결시키고, 노랫말의 라임을 맞추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내용에 있어서도 일정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에필로그의 A : 프롤로그에 대응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의 내용은 우리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하나의 철학적 금언입니다. 우리의 삶이란 어떤 일에 대해 후회하고, 눈물도 흘리고, 아파하기도 하다가 때로는 웃음 지을 일도 생기는 것. 노래의 마지막에 삶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태도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에필로그의 A는 김태우의 보컬에 화려한 여성 코러스가 덧입혀져 있습니다. 연결의 A가 김태우의 보컬, 박진영, 손호영의 나지막한 코러스가 덧입혀져 있는 것에 구별됩니다. 곡 전체를 끝내는 코다(coda)의 역할을 해 주고 있기 때문에, 보다 화려하고 풍성한 느낌을 살리고 있는 것이지요. A가 두 번 반복되면서 아스라이 사라지며 끝납니다. 우리 삶의 아련한 느낌이 노래의 마지막 부분에 그대로 담겨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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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어머님께>의 노랫말을 부분부분 나누어 각 부분이 담고 있는 의미, 형식 상의 특징들을 살펴 보았다. <어머님께>는 어린 시절의 아픈 추억을 담고 있는 에피소드가 차례대로 나열된 후 어머님과의 이별 후, 어머니께 보내는 사랑의 전언을 이야기한다. 이 전언은 이 세상 어떤 언어로도 완벽히 표현될 수 없는 내용일 것이다. <어머님께>를 살펴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인간의 언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미약하다는 점이었다. 누군가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언어란 언제나 너무 노골적이라서, 희미한 빛의 소중함을 모두 지워버린다"고... <어머님께>가 가지고 있는 빛을 이 글이 산산히 흩어버린 것은 아닌가 저어된다. 이 글이 <어머님께>의 빛을 보다 뚜렷이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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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처 : god!why? 셀프스터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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