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지방 도시들은 거의 모두 고풍스러운 맛을 지니고 있어 매력이 넘쳐 흐른다. 폰테페드라는 10여분 걸으면 대략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작은 도시지만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오랜 건물들이 즐비해 눈을 뗄 수 없다.
하지만 어제 저녁 기대했던 음식을 들 수 없었다. 그 동안 고기를 못 먹어 질과 맛으로 평판이 높은 스페인산 소고기를 잔뜩 벼르고 있었는데... 고기를 구워먹으려면 그릴이 필요한데 사설 알베르게라 당연히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없다. 추측컨대 공해와 화재 위험으로 그릴을 쓰지 못하도록 법을 만든 것 같다. 기대했던 만찬의 꿈이 사라지자 대안을 찾는다. 오븐을 이용해 먹을 수 있는 피자, 빵, 햄, 치즈 등을 구입한다.
부엌일을 전혀 모르는 나는 지난 여섯 번의 카미노에서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잠든 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이번 순례길은 후배 덕분에 호식하고 있다. 저녁 6시경 잘 구워낸 피자를 오랜만에 맛있게 배가 부르게 들었다. 몸이 아직도 온전치 않아 식사를 마치자마자 침대에 기어든다. 역시나 이리저리 뒤척거리며 눈만 감고 있을 따름이다. 대여섯 번 화장실을 들락거렸을 정도로 잠은 천적이다.
가장 큰 걱정은 오늘 20여km 행군을 잘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7시30분 길로 나선다. 어제와 똑같이 울창한 산림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시골 길이다. 전혀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게 끔 마음을 사로잡는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몰라도 어제와 오늘의 순례길은 최상의 코스로 여겨진다.
목적지를 절반가량 앞에 두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런데도 어느 누구도 우리를 따라 잡지 못한다. 내 나이를 생각하면 대단하다고 자부할 만하다. 줄지어 이어지는 시골 길을 돌고 돌아 마침내 운치가 넘쳐흐르는 아주 작은 도시인 칼다스데레이스에 도착해 초입에 서있는 알베르게에 1시쯤 들어간다. 짐을 얼른 풀고 가져온 점심을 들며 허기진 배를 채운다. 잠시 후 샤워를 마치고 저녁과 내일 먹을거리를 구하러 나간다. 그러나 일요일이라 슈퍼마켓을 비롯해 대부분의 상점이 닫혀있다. 숙소 관리자에게 물어 다행히 작은 상점에서 뜻을 이룬다. 구입한 먹을거리 중엔 어마어마한 3.5유로를 지불하고 산 신라면컵이 돋보인다. 한국의 맛을 처음 음미해 볼 저녁을 눈이 빠지게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