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숙소에서 두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성 야곱의 흔적을 찾으려고 후배를 데리고 나선다. 바로 옆 돌계단을 올라 역사적 유물로 지정된 수도원을 살핀다. 안타깝게도 문이 닫혀 들어 갈 수 없다. 넓은 앞마당에서 내려다 보는 아름다운 도시의 전경이 아쉬움을 떨쳐 버린다. 다리 건너 교회에서 단서를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찾아본다. 마찬가지로 닫혀있고 게다가 안내판도 없는 평범한 교회 같다. 어떠한 실마리도 찾지 못해 씁쓸하다. 나온 김에 도심을 살펴보고 먹을거리를 구해 알베르게로 5시경 돌아온다.
저녁은 7시쯤 먹기로 해 답을 찾으려고 다시 혼자 나온다. 숙소에서 가까운 지점에 서있는 유적 안내판을 꼼꼼히 살핀다. 스페인어로 쓰여 있어 정확히 이해할 수 없으나 그림을 보고 확신을 갖는다.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은 지 얼마 안 되어 언덕으로 오르는 계단에 닿는다. 아무도 보이지 않고 밝은데도 두려움이 엄습한다. 포기하려고도 생각했지만 유적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10여분 지나 계단 끝에 오르자 넓은 공원이 펼쳐있다. 안내판을 들여다보니 근처의 모든 유적이 성 야곱과 연계되어있다. 마침내 갈망했던 답을 찾으니 무척 기쁘다. 세세히 살펴본다. 성인이 숨어 살던 예배당, 10개의 바위로 감싸인 설교대, 성인이 발견한 아직도 유용한 물줄기. 깊은 감회에 빠져 그가 이루어낸 산티아고 전설을 되뇌어 본다.
벅찬 가슴을 안고 숙소로 돌아 와 저녁을 마친 뒤 몸을 누인다. 산티아고를 들어가기 전 마지막 밤이라 부풀어 오르는 설렘 탓에 눈을 붙일 수 없다. 파드론에 머물고 있는 모든 순례객이 더욱 힘을 내 걸을 게 분명해 빨리 나서기로 마음을 굳힌다. 몇 번 씩 깨다 보니 어느새 새벽 6시다. 이미 서너 명이 식당에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20여분 후 출발한다. 어두워 표지가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아 생각만큼 속력을 낼 수 없다. 동이 트고 나서 일사천리로 걸어 나간다. 하지만 차도 옆을 걸을 땐 지난 사고로 인한 정신적 충격 때문에 겁에 질려 발걸음이 무겁다. 대부분 산림으로 우거진 시골길로 이어져 있어 마음이 편해진다. 마침내 산티아고 성당의 첨탑이 보이자 곧 도착하겠다는 생각에 솟구치는 흥분이 온 몸을 감싼다. 그러나 착각이다. 경험 상 목표지를 보고나서도 거의 두 시간 정도 더 걸어야만 도착하는 게 비일비재하다. 안내판을 보니 8km를 더 걸어야 한다. 이미 18km를 걸었기 때문에 많이 지쳐있다. 온갖 힘을 다해 걷고 걸어 기진맥진한 상태로 마침내 성당 광장에 도착한다. 일곱 번째 보는 성당이지만 처음 마주한 것처럼 감개무량하고 무척 기쁘다. 광장이 여러 길로 도착한 수많은 순례객들의 끊임없는 우렁찬 환호 소리에 지진을 맞은 것처럼 흔들리고 있다. 배낭에 기대 활짝 누워 성당을 바라보며 깊은 감상에 젖어든다. 얼마 후 순례 사무실에 가 완주했다는 2유로의 증서를 받아들고 근처의 알베르게에 들어간다. 워낙 피곤해 침대를 배정받자마자 몸을 내던진다. 늘 도망다니는 잠을 잡는 것 이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