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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열넷째 날 (4월29일, 수) 이야기

작성자james|작성시간26.06.06|조회수40 목록 댓글 0

갖은 애를 썼어도 교활한 잠놈을 끝내 잡지  못했다.  그래도 서너 시간 뒹굴다 보니 새롭게 기운이 솟아 먹을거리를 구하러 나간다. 일곱 번째 왔는데도 산티아고의 수많은 복잡한 골목길 때문에 원하는 곳을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올 때마다 들렀던 아름다운 공원 건너편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에 가려고 한다. 최소 10여분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골목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다 발견한 작은 슈퍼마켓에 들어간다. 힘들이지 않고 원하는 모든 걸 구할 수 있어 마음이 뿌듯하다.

이제껏 제대로 고기를 못 먹었기 때문에 꼭 성취하고 말겠다는 의지로 육류 진열장을 눈이 빠질 만큼 살핀다. 다양한 품목이 있으나 요리하기가 쉽고 영양가도 뛰어난 닭 허벅지 두 토막을 챙긴다. 연이어 여러 음식과 간식을 구입한다. 첫 만찬을 위해 붉은 포도주 한 병도 집었다.

후배가 정성껏 요리한 닭 한 점을 입에 넣자마자 그 동안 쌓여왔던 아쉬움이 눈 녹듯 사라진다. 남김없이 다 해치우고  거동이 불편해진 몸을 침대에 던진다. 여지없이 새벽녘에 깨어나 이리저리 빈둥거린다. 9시에 식사를 마치고 산티아고 성당을 세밀히 살피려고 10시에 문을 나선다. 먼저 성 야곱이 묻혀있는 성당의 지하무덤을 찾는다. 많은 사람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마침내 성당의 황금재단 밑에 놓인 석관을 숙연한 마음으로 경배하며 나아간다. 조금 더 머물러 살피고 싶지만 방문객들이 연이어 들어오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1030분 쯤 무덤을 나와 순례길의 꽃으로 꼽는 의식을 보려고 수백 개의 긴 나무의자 중 통로와 바로 인접한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식은 12시에 시작하는 한 시간여 미사의 클라이맥스다.

매달린 대형 향로가 성인 가슴부분까지 내려지고 불이 댕겨진다. 곧 붉은 예복을 입은 건장한 8명명의 성당 관리인이 밧줄을 동시에 끌어 당겨 향로를 부양시킨다. 힘든 여정을 끝낸 순례자들을 정화시킨다는 하얀 연기를 토해내며 향로가 성당의 제일 높은 천장까지 올랐다 내려온다. 경이로운 향로의 삼 분여 곡예는 매무새를 가다듬을 만큼  대단히 장엄하다. 새롭게 태어난 기분을 안고 성당을 나와 숙소로 돌아온다. 뒤늦게 들어온 후배가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감사히 들고 휴식을 갖는다.  더욱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기대하며 오후 일정을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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