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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열다섯째 날 (4월30일, 목) 이야기

작성자james|작성시간26.06.06|조회수50 목록 댓글 0

멋진 향로의 고공행진을 거의 완전무결하게 촬영한 만족감에 어제 점심을 마친 뒤 모처럼 편안하게 쉰다. 4시경 성당 지붕에 올라 보다 가까이에서 건물들을 볼 수 있는 가이드투어 표를 구입한다. 630분에 시작하는 한 시간의 투어지만 성당의 박물관도 관람할 수 있다. 전시물들이 산티아고의 역사와 문화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엄청난 금으로 만든 웅장하고 화려한 조각품들이다.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스페인이 남미를 찬탈하고 지배했던 부끄러운 영광을 보여준다. 박물관 관람  하나 만으로도 12유로의 표가 싸게 느껴질 만큼 대단히 만족스럽다.

박물관을 나와 안내자를 따라 지붕여행을 시작한다. 가파른 좁은 계단을 오르는 게 만만치 않다. 안내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스페인어로 설명한다. 그렇지만 미리 영어로 녹음된 안내를 이어폰으로 들을 수 있어 불편함이 없다. 지붕은 경사진 계단으로 오르고 내릴 수 있어 배수를 원활히 하고 낙상의 위험을 가능한 한 없앴다. 성스럽고 우아한 건물들을 세심히 살펴보느라고 한눈 팔 사이도 없다. 한정된 시간 탓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내려간다. 도중에 전시된 유명한 스페인 근대 건축물과 회화 작품들이 아쉬움을 다소 달래준다.

기대보다 뛰어난 투어를 마치고 저녁거리를 구해 알베르게로 돌아온다. 원하던 소고기가 없어 햄버거에 들어가는 패티로 대신한다. 30여분 지나 구운 페티 한 점을 떼어 먹어 본다. 내가 좋아하는 버거킹 보다 맛과 질이 못하다. 그래도 배를 가득 채우고 침대에 눕는다.

내일부터 시작하는 사일 간의 피니스테레 순례에 신경을 쏟아붓는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물품들을 빼내 숙소에 맡기는 거다. 이번 카미노를 함께 하는 스승님이신 박 차관님의 영혼을  관대하고 거대한 대서양의 품으로 보내드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마친 순례 중 피니스테레 카미노가 가장 인상적으로 뇌리에 남아있어 기대가 크다.

대망의 장정을 앞두고 마음껏 조롱하며 도망다니는 무뢰한 잠을 붙잡으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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