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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열여덟째 날 (5월3일,일) 이야기

작성자james|작성시간26.06.07|조회수48 목록 댓글 0

지난 저녁 정찬은 일인당 13유로의 값어치를 뽑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훌륭했다. 먼저 갈리시아 지방 특유의 닭, 완두콩, 감자와 양배추로 만든 수프와 빵과 포두주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튀긴 송아지 고기, 야채가 듬뿍 담긴 샐러드와 구운 통감자가 제공된다. 맛좋은 고기의 양이 엄청나 반도 먹을 수가 없다. 초대한 두 한국인 친구 중 하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워 반을 건넨다. 후배도 덩달아 덜어준다. 그마저도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쌓였던 그의 배고픔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한편 함께 했던 인상이 좋은 중년의 스페인 부부와 우애의 정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갖는다.

대단히 흡족한 기분으로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들어간다. 비가 안 오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더욱 날뛰는 잠을 잡으려고 전력을 다한다. 꼭두새벽 6시에 일어나 부산떤다. 한 스페인 친구가 이미 나갈 채비를 마쳤다. 비가 예보되어 서두르느냐고 뭇자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샤워를 마치고 불편함이 남아있는 왼쪽 엄지발가락을 밴드로 감싼 후 720분경 길로 나선다. 20분도 지나지 않아 예보완 달리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해 배낭만 메고 진행한다. 그러나 기원을 비웃 듯 세차게 내린다. 잠시 멈추어 판초우비를 입고 덮개를 배낭에 씌우고 걸음을 재촉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한적한 시골길과 위험한 차도를 걸어간다. 20km 걸어 고요함 말고 별 볼 게 없는 조그만 마을인 올베이로아에 도착한다. 마을은 책자에서 세 구간으로 나누어진 피니스테레의 두 번째 길의 종착점이다. 마지막 구간이 내 체력으로 무리인 30km 거리라 부담을 줄이려고 5km 떨어져 있는 알베르게로 걸어 나간다. 3km 정도 나아가자 피니스테레 또는 묵시아로 가는 길을 선택해야 할 교착점과 마주친다. 일말의 주저도 없이 전자를 택한다. 얼마 안 가 언덕에 오르니 저 멀리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담한 집들과 광대한 푸른 바다 대서양이 보인다. 처음 순례를 하는 사람은 바다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힘들 정도로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마을과 대서양을 눈에 집어넣자 느려진 걸음이 빨라진다. 그러나 걷고 걸어도 숙소는 나타나지 않는다. 지칠 대로 지쳐 한 걸음도 떼기 힘들 때 숙소가 손짓을 한다. 230분이 지나고 있다. 엄청난 35km를 걸었다. 분통이 폭발한다. 책자가 제시한 거리보다 무려 15km를 더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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