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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열아홉째 날 (5월4일, 월) 이야기

작성자james|작성시간26.06.07|조회수41 목록 댓글 0

규모가 제법 큰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도시 호스피탈의 숙소에 우리가 유일한 객이었다. 깨끗하고 커다란 알베르게를 독차지한 게 민망하다. 운영이 잘 되어야 주인이 더욱  성심껏  잘 관리하리라는 안타까운 생각을 접을 수 없다. 밖에 나가 살펴보니 비탈길을 내려오는 순례객들이 갈림목에서 알베르게가 있는 길 뒤쪽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간다. 주인인 듯 보이는 관리인이 7시에 퇴근한다. 그분이 퇴근하기 전 먹을거리를 구하러 다녔으나 허사다. 일요일이라 카페를 빼놓곤 모든 상점들이 닫혔다.  돌아와 유리 진열장을 보니 여러가지 파스타 재료들이 있다. 관리인의 도움으로 스파게티 국수와, 토마토 쥬스로 보이는 물건과 초콜릿 바를 구입한다.

우여곡절 끝에 후배가 지니고 다니던 케첩을 이용해 스파게티를 만든다. 국수가 덜 삶아졌으나 허기진 탓에 한 톨도 빼놓지 않고 해치운다. 토마토 쥬스를 마시려고 팩 뚜껑을 열려고 누르자 케첩이 튀어나온다. 우스꽝스럽고 허탈하다. 후배가 맛을 보더니 훨씬 낫다고 한다.

침대에서 비몽사몽 뒤척이다 여지없이 새벽에 일어나 부산을 떤다. 7시쯤 남은 국수와 케첩을 이용해 만든 스파게티를 든다. 많이 발전한 요리솜씨를 느낀다. 50여분 후 길로 나선다. 또 예보완 달리 도시를 벗어날 무렵 비가 내리며 점점 세차진다. 어쩔 수 없이 채비를 한다.

책자에 따르면 최소한 25km를 걸어야 피니스테레의 숙소에 도착한다. 그러나 어제까지의 경험을 고려해보면 3, 4km는 더 가야한다고 생각해 마음을 굳게 다지며 진군한다. 얼마 안 가 마주친 표지석은 피니스테레까지 15km 남았다고 알려준다. 긴가민가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들 중 하나로 꼽히는 해안 도시 쎄를 지난다. 곧 연이어진 깊은 산림의 시골길과 짜증나는 도로를 걸어 나간다. 마침내 푸른 바다와 다양한 색채의 집들이 보인다. 피니스테레 초입에 들어섰다. 2km의 낭만이 넘쳐흐르는 해변을 맨발로 감상에 젖어 걸어간다. 아무런 피곤한 느낌도 없이 12시가 채 안되어 숙소에 들어선다. 명성이 자자한 아름다운 피니스테레 완주 인증서를 먼저 챙긴다. 이층에 놓여있는  침대에 몸을 맡긴다. 19km 걸었다. 늘 의지해온 책자를 이제는 신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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