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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스물첫째 날 (5월6일, 수) 이야기

작성자james|작성시간26.06.08|조회수43 목록 댓글 0

숙소에서 남동쪽으로 완만하게 경사진 도로를 따라 3.5km 오르면 더 이상 걸어갈 수 없는 곶이 나온다. 바로 이곳이 중세까지 세상의 끝이라고 잘못 판단하여 명명된 피니스테레다 . 실제론 포르투갈의 호카 곶이 유라시아 대륙의 서편 끝이다. 도로는 거의 모두가 차도와 나란히 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적지 않은 신경을 써야한다. 사고를 겪은 나는 더욱 긴장하며 따라간다. 왼편의 드넓은 대서양과 오른편의 짙푸른 산줄기가 불안감을 덜어준다. 곶에 닿자 Km 0,000이 새겨진 지표석이 반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박물관으로 바뀐 등대다. 하지만 문이 잠겨 들어갈 수 없어 안타깝다. 등대 뒤 경사가 다소 가파른 절벽 곳곳에 순례객들이 명상에 잠겨있다. 그들이 위험한 절벽을 찾는 이유는 푸르른 대서양을 바라보며 정신적 육체적 짐을 떨쳐버리고 새롭게 태어나려는 의지다. 나도 평평한 바위를 찾아 박 차관님의 영혼과 작별의 시간을 갖는다. 삼배를 하며 푸르고 푸른 대서양의 품으로 흘려보낸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린다. 40여년의 스승님과의 인연을 되새겨보며 기린다. 또한 희생적으로 헌신하며 가정을 화목하게 이끌고 있는 아내한테도 진솔하고 깊은 고마움을 파도에 실어 보낸다.

추모와 감사의 시간을 마치고 피니스테레의 혼이 살아있는 두 작은 산을 찾아 오른다. 며칠 전 세상을 떠난 친구의 명복을 빈 후배는 착잡한 심경 탓에 따라오지 않는다. 모든 걸 보여주려 했는데 아쉽고 한편으론 괘씸하다. 맨 먼저 마주치는 250m 높이의 파초산은 켈트족의 태양 숭배의 산실이다. 드루이드 사제들이 기원을 빌었던 제단과 여러 성스러운 장소들이 3개의 바위군에 남아있다. 로마 지배 시절엔 두지움이라고 불린 산마을에  피비린내 나는 전투로 진력이 난 많은 군인들이 은퇴한 후 살았다. 특히 제단에서 바라보는 세찬 파도가 넘치는 바다와 자연은 숨을 멈추게 할 만큼 아름답다. 오른편 근처에 있는 220m 성 길레르모 산은 예전에 세심히 살폈기 때문에 지나치고 파도가 넘치는 해안으로 산길을 따라 내려간다. 마침내 해안에 닿아 조그만 모래사장에 앉아 밀려오는 파도에 파묻혀 깊은 상념에 빠진다. 맘껏 음미하고 숙소로 6시가 못 되어 돌아온다. 후배는 보이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배가 핸드폰으로 오전에 문이 잠겨 지나쳤던 교회에 있단다. 붉은 수염 예수상으로 유명한 교회는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일요일을 빼곤 시간의 미사를 위해 매일 저녁 6시에 열리는 교회를 내일 꼭 보겠다고 다짐한다. 편치 않은 심정으로  후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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