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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스물둘째 날 (5월7일, 목) 이야기

작성자james|작성시간26.06.08|조회수45 목록 댓글 0

느긋하게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9시경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한다. 다짐했던 걸 실천하려고 한다.

어제 저녁 730분경 후배가 숙소로 돌아온다. 언짢은 마음을 억누르고 곧 식사를 하러 나간다. 별로 내키지 않는 식당에서 유명한 문어요리를 주문해 든다. 기대보다 맛이 한참 뒤떨어질 뿐만 아니라 너무 비싸 강탈당한 기분이다. 숙소로 돌아와 솔직하게 내 심정을 토로한다. 후배가 이해하고 사과를 하자 굳었던 마음이 풀린다.
피니스테레 카미노를 하는 순례객들 중 많게는 5퍼센트의 사람들 만이 내가 안내하려는 곳들을 찾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들 대부분은 관련된 이야기를 제대로 모르고 단지 유명해서 둘러본다고 한다. 제일 먼저 11시경 성 길레르모 암자를 찾는다. 후배에게 12세기에 활동한 프랑스 성인과 그의 행적을 자세히 알려준 후 함께 폐허로 변한 암자를 세심히 살핀다. 특히 후배는 성인의 침대로 알려진 낮은 홈이 파인 돌판에 큰 관심을 보인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부부가 정성껏 기원하면 뜻을 이룬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암자 관찰을 마치고 바로 태양의 제단과  또 다른 숭배되었던 바위들을 찾아 자세히 설명하며 안내한다. 먼저 와 제단에서 서성거리는 젊은 독일 여성한테도 알려주니 더욱 진지하게 살펴본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그녀는 내 나이에 걸맞지 않은 영어구사가 원주민에 버금간다며 연신 감탄한다.
보여주고 싶었던 모든 것을 철저히 안내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중 벼르고 벼르던 스테이크를 먹으려고 슈퍼마켓에서 700g 돼지목살 두 조각을 구입한다. 저녁을 730분쯤 들기로 했으나 스테이크가 눈앞에 어른거려 참을 수 없을 지경이다. 기대하던 교회를 보려고 530분 경 나선다. 10여분 후에 도착했는데 문이 열려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행운이다. 미사가 열기기 전 오르간으로 연주된 성가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교회를 경건한 마음으로 세심히 둘러본다. 특히 경이로운 치유 능력을 보여주며 땀이 흐르고 빨간 수염이 자란다는 예수상을 더욱 진지하게 살핀다.

숙소로 돌아오자 후배가 요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고기를 굽는 도중 열어놓은 창 밖으로 퍼져나가는 강렬한 냄새 때문에 주민들이 불평할까 봐 불안하다. 다행히 우려한 사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윽고 스테이크를 먹는다. 맛이 정말 끝내준다. 대단히 만족한 기분으로 침대에 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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