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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스물셋째 날 (5월8일, 목) 이야기

작성자james|작성시간26.06.08|조회수44 목록 댓글 0

무시아로 가는 날이다. 이번 카미노 여정의 마지막 정점이자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기대가 무척 크다. 들뜬 탓인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부산떨며 채비를 한다. 720분경 어둠을 뚫고 대장정에  오른다. 무려 31km를 걸어야 한다.

동이 틀 무렵 정들었던 피니스테레를 벗어나 포근하게 감싸주는 숲과 시골 마을의 빼어난 풍광에 넋을 잃고 걸어 나간다. 우렁찬 파도 소리가 애잔하게 가슴에 파고든다. 마치 정과 사랑 대신에 무관심과 증오가 날뛰는 세계적인 비극을 한탄하며 구슬피 우는 소리처럼 들린다.

깊은 감상에 젖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걷다 보니 어느새 무시아 초입에 닿는다. 하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길을 지나고 부터는 가면 갈수록 더 불안하고 초조하다. 끝이 없어 보이는 광대한 차도가 바로 옆의 좁은 인도를 걷는 나를 공포의 늪으로 처박는다. 무서운 속도로 내달리는 차들을 보면 기억하기 싫은 사고가 떠올라 치가 떨린다. 더 신경을 쓰며 전진하는 탓에 많은 피로감을 느낀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두렵고 지쳐간다.

더욱이 기억과는 달리 확장된 차도가 혐오감을 더욱 끌어올린다. 적지 않은 자연의 길이 파괴되었다. 마음이 무거워지니 덩달아 걸음과 보폭도 현저히 느려지고 줄었다. 죽을힘을 다해 걸어 마침내 눈에 익은 조그만 항구에 닿는다. 바로 늘 그리던 무시아의 심장이다. 갖은 고통과 좌절감을 이겨낸 기쁨에 극심한 피로감을 잠시나마 잊는다.  곧 절망의 구렁텅이로 곤두박질한다. 들어가려는 알베르게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묻고 물어 곱게 늙은 스페인 여인으로부터 해답을 찾는다. 다른 숙소에서 나오고 있던 그녀는 4년 전에 문을 닫았다고 답하며 들어가라고 권유한다. 믿을 수가 없어 다시 한 번 찾아보고 난 후 받아들인다. 오랫동안 기승을 부린 코르비  때문에  적자 운영으로 문을 닫았다고 추측한다. 숙소를 운영했던 착하고 선한 중년의 항거리 여인의 얼굴이 떠올라 슬픔의 눈방울이 고인다. 무시아를 갈 때마다 묵었던 숙소와 깊은 정을 나눴던 그녀가 무척 그립다. 어쩔 수 없이 권유받은 알베르게에 들어간다. 숙소를 권한 여인의 딸이 아름다운 놀랍게도 무시아 완주 인증서를 준다. 예전엔 갈라리아 지방이 운영하는 숙소에서만 취득할 수 있었다. 침대에 짐을 풀어 놓자마자 허기진 배를 황급히 파스타로 채운다. 곧바로 혹사당한 몸을 침대에서 달랜다. 즐거움이 넘치는 내일을 기대하며 자려고 무진히 애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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