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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스물넷째 날 (5월9일, 금) 이야기

작성자james|작성시간26.06.09|조회수60 목록 댓글 0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숙소는 청결하고 모든 시설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무척 편안하다. 설친 잠에서 깨어나 무시아가 아주 작은 어촌이라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930분경 문을 나서 본격적으로 탐험을 시작한다.

무시아는 성 야곱과 성모 마리아의 전설로 유명해 순례객들이 많이 찾는다. 이야기에 따르면, 피니스테레에서 포교활동이 실패했다고 판단한 야곱은 깊은 절망 속에 무시아로 숨어든다. 마리아가 범선을 타고 와 성공했다고 위로하며 그를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낸다. 야곱은 결국 순교로 생을 마감한다. 배는 무시아의 곶 해안가에 다양한 모양을 보여주는 돌무더기로 변해 남는다. 특히 돛으로 보이는 바위는 환자가 아홉 번을 돌며 기원하면 낫는다고 믿어졌다고 한다. 바로 위에는 배를 타고 온 마리아를 기리는 고색창연한 교회가 서있다.

우리도 가장 먼저 찾아간다. 숙소에서 10여분 걸으면 닿는 매우 짧은 거리다. 후배한테 상세히 설명해주며 배의 여러 부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바위들을 살핀다. 교회로 들어가 보니 성모상들로 가득 차있다. 교인은 아니지만 은은히 울려 퍼지는 성가를 들으며 돌아보니 자연히 경건해진다. 교회를 나와 무시아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언덕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낮은 산에 오른다. 부르기도 민망한 정상에서 내려다는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숨이 막힌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둘러보고도 남음이 있는 작은 마을에 무려 삼 일을 묵는 이유다.

몸과 마음을 평온케 하는 정취가 발길을 잡아맨다. 간신히 숙소로 12시가 채 못되어 돌아 와 점심을 들고 달콤한 휴식을 갖는다. 3시쯤 혼자 나가 미리 구하지 않으면 자리를 놓칠까 봐 일요일 산타아고로 가는 버스표를 구입한다.

저녁을 맛있게 들려고 후배와 함께 슈퍼마켓에 들어가 돼지목살을 구하려 했으나 없어 다른 부위를 챙긴다. 후배가 먼저 숙소로 돌아가 요리를 하는 동안 해가 지는 해안가를 찾는다. 벤치에 앉아 외롭게 파도가 넘치는 바다를 바라보는 수염이 덥수룩한 외국인이 눈길을 끈다. 다가가 대화를 나눈다. 43살의 인상이 좋은 영국 태생인 토마스는 남쪽 세비아에서 카미노를 하려고 도착하자마자 주머니에 넣어둔 돈지갑과 핸드폰을 소매치기 당했다고 한다.  순례객들의 도움을 받으며 여기까지 왔고 산티아고로 가려고 한단다. 너무 측은해 보여 주머니에 있던 5유로를 건네며 더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몇 번이고 말한다. 그는 주저없이 받으며 고맙다는 마음을 전한다. 숙소로 돌아와 요리를 거의 마치고 있는 후배한테 간청해 얻은 5유로와 안전하게 숨겨둔 지갑에서 빼낸 25파운드를 가지고 그를 찾아 나선다. 곧 벤치 근처에 있는 그를 발견하고 건네준다. 크게 감동을 받았는지 눈물이 가득 차  나를 끌어안고 연신 고마워 한다.

숙소로 돌아와 식사를 하는 내내 그의 가련한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 더 도와주지 못한 게 한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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