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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스물다섯째 날 (5월10일, 토) 이야기

작성자james|작성시간26.06.12|조회수48 목록 댓글 0

지난 밤 9시에 일몰을 보려고 해안으로 나간다. 이른 저녁이라고 할 만큼 밝다. 예보엔 태양이 945분에 진다. 5분이 지나기 전 해안에 닿는다. 추위에 떨며 애타게 기다리던 장면이 끝내 나를 거부한다. 수평선 위로 널리 펼쳐진 붉은 노을만 보고 허탈하게 발길을 돌린다. 피니스테레에서도 차가운 바다 바람을 맞아가며 한 시간 넘게 기다렸으나 허사였다. 장엄하게 전사하는 태양을 보는 건 신의 허락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일찍 일어나 느긋하게 빈둥대다 10시경 나선다. 문이 닫힌 그리워하던 숙소와 바로 앞 수영을 했던 조그만 해변을 보며 아름다웠던 추억에 잠긴다. 울부짖으며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이 애잔하게 만든다. 산타아고로 돌아가는 내일이 일요일이라 먹을거리를 미리 구입해 숙소로 돌아와 간단한 점심을 든다. 저녁은 7시로 정하고 각자 여유의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4시경 나서려는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단념한다. 곧 먼저 나갔던 후배가 헐레벌떡 들어온다. 그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숙소에 주저앉는다. 후배가 정성껏 만든 식사를 맥주와 함께 마음껏 즐긴다. 요리 솜씨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칭찬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저녁을 마치자 날이 개었다. 주저할 틈새도 없이 문을 박차고 나간다.

어제완 달리 반대 방향으로 해안을 걸어 나간다. 조그만 어촌마을이 대단히 편하게 해주고 아름답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기어코 바라는 일몰을 보려고 해안가로 간다. 30여분을 애절히 기원하며 기다렸지만 또 낭패다. 끝내 일몰을 보지 못하고 스페인을 떠나야 만하는 운명을 한탄한다. 신이 내 삶을 못 미더워해 하락하지 않는다고 자책한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모여든 갈매기들이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준다. 한낮엔 손을 꼽을 정도로 보이던 갈매기들이 엄청나게 날아들고 노을이 사라지자마자 쏜살같이 어디론가 날아가는 게 신기하다. 죽어가는 태양을 구슬프게 경배하고 떠나는 것처럼 느껴져 옷깃을 여민다. 아울러 날로 사악해지는 인간사회를 통탄하는 메시지라고 여겨져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서글픔에 잠겨 어둠이 깔린 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와 몸을 누인다. 무시아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한다. 어쩌면 다시는 찾아올 수 없다는 아픔에 베개가 적시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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