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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스물일곱째 날 (5월11일, 월) 이야기

작성자james|작성시간26.06.12|조회수38 목록 댓글 0

자꾸 투정 부리는 잠놈 때문에 제대로 자지를 못했지만 무척 그리운 아내를 곧 만날 기대감에 피로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가장 신경을 쓰는 건 아내가 부탁한 다크 초콜릿, 핸드크림과 귀를 상황에 따라 덮을 수 있는 모자다. 아울러 올 가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예쁜 손자한테 줄 학용품도 빼놓을 수 없다.

10시쯤 부리나케 대형 슈퍼마켓으로 달려간다. 진열된 순도 99% 다크 초클릿을 싹쓸이 해 후배와 나눈다. 다른 순도가 조금씩 낮은 초클릿도 한웅큼 챙긴다. 핸드크림의 상표가 달라 아내와 카톡을 통해 괜찮다고 해 10개를 집어 든다. 하몽과 한 보따리의 과자류도 챙겨 숙소로 돌아온다. 모자는 끝내 구하지 못해 환승도중 10시간 정도 여유가 있는 코팬하겐에서 사겠다고 다짐한다.

점심을 후다닥 해치우고 정오 10여분 전 성당으로 달려간다. 대형 향로가 천장 끝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곡예를 완전무결하게 핸드폰 카메라에 담으려고 한다. 뜻을 이루고 숙소에 돌아와 꿀맛 같은 휴식을 갖는다. 여성 근무자한테 3시에 문을 연다는 성당 근처 유일한 문방구를 찾아 마음에  드는 모든 걸 한아름 챙긴다. 무척 기뻐할 손자의 얼굴이 내내 떠오른다.

숙소에서 후배가 정성껏 끓인 닭다리를 포도주와 들며 그 동안의 여정을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돌이켜본다. 마지막 밤을 그대로 보내기가 아쉬워 930분경 카페를 찾는다. 이별의 슬픔에 눈시울이 젖는다. 불빛에 감싸인 아름다운 성당을 보려고 발걸음을 옮긴다. 어둑해지기 시작하자 노란 등불이 켜지니 도도한 성당이 무척 외롭게 보여 가슴이 찢어질 만큼 아프다. 마치 먼 곳에서 연주하는 듯한 음악소리가 발을 이끈다. 바로 성당 앞 고풍스런 건물 지붕 아래 전통예복으로 차려입은 밴드가 귀에 익은 곡들을 연주하며 부르고 있다. 모여든 50여명의 구경꾼들이 연신 몸을 흔들며 환호한다.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몸치이고 게다가 숙연해진 탓에 발이 얼어붙는다.

깊은 슬픔에 잠겨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11시가 다가오고 있는데도 눈이 전혀 감기지 않는다. 산티아고의 마지막 밤이 아랑곳하지 않고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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