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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천지일보] 10대 소녀들 줄줄이 사망… 페미사이드에 들끓는 아르헨

작성자향기남|작성시간26.06.05|조회수24 목록 댓글 0
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니 우나 메노스(Ni Una Menos·한 명의 여성도 더 잃을 수 없다)’ 운동 기념 행진에서 한 참가자가 얼굴에 스페인어로 ‘페미사이드 가해자는 바로 당신’이라는 문구를 적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1년 전 14세 소녀의 죽음으로 시작된 ‘니 우나 메노스(Ni Una Menos·한 명의 여성도 더 잃을 수 없다)’ 운동이 다시 아르헨티나 거리를 메웠는데요. 아르헨티나에서는 최근 10대 소녀들이 잇따라 살해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여성 대상 폭력과 페미사이드(femicide·성별을 이유로 한 여성 살해)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분노가 다시 확산되고 있어요.

올해 시위의 중심에는 아고스티나 베가(14) 사건이 있었어요.

AP통신에 따르면 아고스티나는 지난달 23일 어머니에게 줄 선물을 받기 위해 가족 지인의 집을 찾았다가 숨진 채 발견됐는데 초기 부검 결과에 따르면 그는 성폭행을 당한 뒤 숨졌어요. 실종 일주일 만인 지난달 31일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외곽 배수로에서 시신 일부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전국적 공분을 불러일으켰어요.

가족 측은 실종 신고 이후 수색과 대응이 늦어졌다고 주장했어요.

베가의 유가족은 경찰의 안일한 대처에 강력히 항의했는데요. 실종 다음 날 아침 실종 신고를 냈으나 주 전역에 아동 납치 경보가 울리기까지 80시간 이상이 걸렸으며 당일 경찰이 시내에서 열린 대형 축구 경기의 팬 폭력 사태 대응에만 몰두해 있었다는 주장이에요.

경찰은 사흘이 지나서야 베가의 어머니 전 남자친구인 바렐리에(33)의 집을 압수수색했어요.

바렐리에는 사건의 핵심 용의자로 구금돼 있으나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요. 수사당국에 따르면 그는 이미 2025년 한 여성을 납치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20일 만에 3500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전과가 있었죠.

늑장 수사 비판에 대해 라울 가르손 주임 검사는 “당국은 어떠한 자기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난했고요. 알레한드라 몬테올리바 치안장관은 이번 사건을 페미사이드로 규정하기를 거부했어요. 이에 대해 국제앰네스티 아르헨티나 지부의 루실라 갈킨 젠더·다양성 프로그램 책임자는 AP에 “특정 형태의 폭력을 명명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예방 정책을 만들 수 없다”라며 페미사이드 명명의 중요성을 강조했지요.

이 사건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미시오네스주 엘도라도의 한 방치된 공사장 정화조에서 12일 동안 실종 상태였던 17세 소녀 둘세 칸디아의 시신이 발견됐어요. 부검 결과 칸디아 역시 교살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47세 택시 기사가 살인 혐의로 체포됐는데 현지 경찰에 따르면 칸디아는 이 남성과 교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어요.

여기에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에서는 30세 여성 노엘리아 로메로가 남자친구 토마스 아드리안 누녜스에게 인질로 잡혀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기다리며 수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추가로 발생했어요. 구속된 누녜스는 이전에도 전 파트너로부터 폭력으로 신고된 이력이 있었구요.

이처럼 참혹한 사건들이 잇따르자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대규모 집회가 개최된 거에요.

‘니 우나 메노스 운동’은 2015년 5월 당시 14세였던 치아라 파에스가 남자친구에게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구요. 당시 수십만명이 거리로 나서 성폭력과 여성 대상 범죄 근절을 촉구했고 이 운동은 중남미 전역으로 확산됐어요.

지난 3일 부에노스아이레스 광장을 비롯해 산미겔데투쿠만, 로사리오, 코르도바, 마르델플라타 등 주요 도시의 광장에 여성과 활동가 수십만명이 집결했죠. 특히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대통령궁에서 국회의사당까지 10개 블록에 걸친 마요 대로가 시위대로 가득 찼어요.

아고스티나의 가족은 장례를 미루고 시위에 참여했는데요. 그의 아버지 가브리엘 베가는 기자회견에서 “내 딸이 살해된 것처럼 또 다른 아고스티나들이 계속 생길 것이다. 이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어요.

아르헨티나 시민단체 라 카사 델 엔쿠엔트로는 2015년 첫 니 우나 메노스 시위 이후 현재까지 3073명의 페미사이드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는데 이는 약 30시간마다 여성 한 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에요.

6월 초 여성 살해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아르헨티나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었어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지난 1일 시민 수천명이 여성 살해와 아동 실종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거리 행진에 나섰어요. 시위대는 “페미사이드를 멈춰라” “여성 살해를 멈춰라” “아이들을 죽이지 말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도심을 행진했구요.

참가자들은 흰색 옷을 입고 붉은 장미를 들었으며 희생자를 추모하는 상징적 관을 둘러싸고 추모식을 진행했고 전 케냐 대법원장 데이비드 마라가도 시위에 동참했어요.

케냐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아동보호 사건 1만 581건이 접수됐는데 이 가운데 실종 아동은 1636명, 납치 사건은 1952건이었고 아동 약 2328명은 아직도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여요.

1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 도심에서 여성 살해(페미사이드) 증가에 항의하는 행진이 열린 가운데 시위 참가자들이 관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유럽, 페미사이드 독립 범죄 인정 논의

이처럼 여성 대상 폭력이 세계 곳곳에서 문제로 제기되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페미사이드를 별도 범죄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요.

유엔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에서 약 5만 명의 여성과 소녀가 배우자 또는 가족에 의해 목숨을 잃었어요. 유럽의 경우 비율은 아프리카나 미주보다 낮지만 매년 1000명 이상의 여성이 살해되는 것으로 추산돼요.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유로스타트에 관련 자료를 제출한 24개국에서는 2023년 여성 살해 사건 1432건이 집계됐어요.

이 가운데 독일, 프랑스, 폴란드가 절대 건수에서 많았고 이탈리아에서는 118건이 발생해 사실상 사흘에 한 명꼴로 여성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최근 유로파투데이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지난해 11월 여성폭력 추방의 날에 맞춰 페미사이드를 독립 범죄로 규정하는 법을 도입했어요. 비단 이탈리아만의 움직임은 아니에요.

몰타는 2022년 6월 살인 사건에서 페미사이드를 가중 사유로 인정하도록 형법을 개정했어요.

법원은 여성 살해 사건에서 배우자 또는 연인에 의한 폭력, 여성 혐오적 동기, 명예나 성적 지향과 관련된 사유가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해요. 키프로스도 2022년 페미사이드를 독립 범죄로 규정하고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어요. 키프로스 법은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여성 혐오적 이유에 따른 고문, 명예나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을 가중 사유로 포함했어요.

벨기에는 2023년 형법 개정보다는 예방과 통계, 연구에 초점을 맞춘 별도 접근을 택했어요.

벨기에 법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페미사이드, 성폭력·인신매매·권력관계와 연결된 비친밀 관계 페미사이드, 유해한 관행으로 인한 간접 페미사이드를 구분하고 또 사건 분석을 위한 상설 과학위원회를 두고 관련 기관이 매년 통계 보고서와 격년 연구보고서를 내도록 했어요.

크로아티아는 2024년 3월 형법에 ‘성별에 기반한 살인’ 범죄를 도입하고 최소 10년형을 규정했구요. 루마니아는 2026년 3월 별도 범죄를 신설하지는 않았지만 피해자에 대한 통제, 성별에 따른 차별, 관계 거부나 유지 거부를 이유로 한 살해를 가중 살인 범위에 포함했어요.

루마니아 법은 비치명적 폭력과 협박, 괴롭힘에 대해서도 처벌을 강화하고 예방 조치, 통계 수집, 학교 내 성평등 교육도 함께 담았어요. 스페인은 2022년 성적 자유에 관한 조직법을 통해 ‘성적 페미사이드’라는 더 좁은 개념을 도입했어요. 이는 성폭력과 연결된 여성 살해를 대상으로 해요.

유럽 차원의 공통 법제화 논의도 이어지고 있죠.

2024년 EU 여성 폭력 대응 지침은 개별 위험 평가, 긴급 보호명령, 전문 지원 서비스 등 중요한 조치를 담았지만 페미사이드를 별도 범죄로 명시하지는 않았기에 유럽의회는 페미사이드를 독립 범죄로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어요.

유럽의회는 공통된 법적 정의가 마련되면 국가별 통계 기준 차이를 줄이고 예방 정책의 효과를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어요.

유럽의회는 2025년 11월 결의안에서 페미사이드를 “성별 때문에 여성이나 소녀가 살해되는 범죄”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어 2026년 2월 이사회에 대한 권고에서도 페미사이드가 “보편적 기본권의 중대한 침해”라며 국제적 차원의 인정 필요성을 재차 촉구했어요.

유럽의회 조사연구는 별도 규정이 마련될 경우 통계 수집, 예방, 사법 처리 등 세 영역에서 구체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어요.

예방 차원에서는 보호명령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등록제, 경찰과 사법부 전문 교육, 상설 관측기구, 원인과 영향에 대한 정기 보고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에요.

사법 처리 측면에서는 페미사이드를 가중 사유 또는 독립 범죄로 도입하면 법원이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하고 범죄의 성격을 정확히 규정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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