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후보, K팬 표심 잡기 공략
자발적 선거운동 나선 K-pop팬
글로벌 현장에서 K-pop이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사회적 영향력까지 발휘하는 문화 현상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El País)에 따르면 오는 21일 진행되는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 후보 이반 세페다(64)는 K컬처를 이용해 주도권 획득 전략에 나섰는데요. 극우파 후보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48)와 박빙의 격전을 치르는 중인 세페다는 자국 내 K팬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직접 K컬처를 도입했어요.
세페다의 근엄한 얼굴 주변에 반짝이 효과와 하트 필터, 파스텔톤 배경을 덧입혀 마치 ‘K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연출한 뒤, 한국어로 ‘오빠(OPPA)’ ‘사랑해’ 같은 문구를 얹은 밈을 제작해 유튜브와 틱톡에 배포하고 있어요.
콜롬비아에서는 K-드라마와 K-pop열기가 뜨거워요. 특히 콜롬비아의 K-pop 팬들은 지난달 대선 1차 투표 이후 ‘역사협약(Pacto Histórico)을 위한 K팝 팬 운동’이라는 온라인 공동체를 결성했고요. 개설 사흘 만에 약 5000명이 참여한 이 모임은 왓츠앱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후보 공약을 설명하는 인포그래픽과 영상을 제작해 SNS에 확산시켰어요. 이들은 단순한 팬덤 활동을 넘어 정치적 의사 표현에 나섰어요. 틱톡과 인스타그램, 엑스(X, 옛 트위터)에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허위정보를 반박하는 콘텐츠를 만들며 선거운동에 참여했죠. 특히 상대 진영이 사용하는 해시태그 안으로 들어가 정책 정보를 알리는 방식까지 활용했어요.
콜롬비아 K-pop 팬들의 정치 참여가 처음은 아닌데요. 이들은 2021년 반정부 시위 당시에도 SNS에서 인권 관련 메시지를 확산시키며 존재감을 드러냈고요. 2022년 대선에서도 조직적으로 정치 콘텐츠를 생산하며 선거 담론에 참여한 바 있어요. 이 같은 현상은 K-pop이 중남미에서 단순한 외국 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음을 보여줘요.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K-pop과 정치 참여를 별개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죠. 엘파이스 인터뷰에서 한 운영자는 “K-pop은 원래 사회적 메시지와 연결돼 있었다”고 말했어요. 그는 BTS의 ‘은수저(Silver Spoon)’와 에이티즈의 ‘게릴라(Guerrilla)’ 등을 예로 들며 청년 세대의 현실과 사회적 억압, 불평등 문제를 다룬 가사에 공감해 왔다고 강조했어요.
콜롬비아를 비롯해 멕시코, 칠레,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에서는 BTS와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세븐틴 등의 팬덤이 수십만 명 규모로 성장했고요. K-드라마와 한국 음식, 한국어 학습으로 관심이 확장되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죠. K-pop이 세계 음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으나 이번 콜롬비아 사례가 보여준 것은 음원 차트나 공연 흥행 이상의 의미를 갖고요.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 청년들의 언어와 행동, 공동체 형성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