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_나태주

작성자쉐도우영.|작성시간25.09.29|조회수118 목록 댓글 4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평,
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어요

아내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 뭉뚝뭉뚝 묻어나는데,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남편의 글에 화답하여
쓴 아내의 글이었습니다.

어찌보면 남편이 드린 기도보다 더 간절한 기도,
시인 아내의 절창이었습니다.

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병상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느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느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詩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詩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느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나태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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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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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쉐도우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9.29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쉐도우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9.29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일만 전세창 | 작성시간 25.09.29 나태주 시인이 이렇게 긴 시를
    쓴 것은 처음 보았네요.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쉐도우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9.29 작가님
    다녀가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댓글도 달아드려야는데
    이렇습니다
    늘 멋진 詩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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