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로스쿨 설치한 학교는 학부 법학과를 폐지하게 되어 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
제8조(학사학위과정의 폐지) ① 법학전문대학원을 두는 대학은 법학에 관한 학사학위과정을 둘 수 없다.
제도의 취지는 로스쿨 도입 취지와 같습니다.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고자 하는 것,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부생들이 법학(정확히는 수험법학)에 매몰되어 학부과정을 소홀히 하게 되는 문제 해결 등이 그 이유입니다.
로스쿨을 설치한 25개 학교들은 법학과를 폐지하면서 해당 정원 TO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다른 과로 돌린 학교도 있지만, 몇몇 학교들은 꼼수를 발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로스쿨특성화학과'라는 것이 등장하게 됩니다.
정책학과, 글로벌리더학부, 공공인재학부... 이런 과들입니다.
(법대 TO를 그대로 이어받은 자유전공학부들도 사실상 이 부류에 속합니다.)
말만 법대가 아닐 뿐 사실상 법대처럼 운영되고 법학과목들이 개설됩니다.
사실상 로스쿨 준비반처럼 운영됩니다.
여기서부터도 로스쿨 도입 취지와 조금 엇나가긴 하지만
그래도 크게 문제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미리 법학을 공부하는 게 뭐 그리 큰 문제겠습니까.
로스쿨특성화학과 출신들이 자교 아닌 타교 로스쿨로도 상당수 진학을 한다면, 이 자체로는 크게 문제되긴 어렵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팔이 안으로 굽는' 부분입니다.
로스쿨특성화학과가 사실상 법학과랑 같은 존재이고 같은 교수진 밑에서 공부한 학생들인데
이들이 자교 로스쿨에 상당수 진학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되고 있다면?
즉, 해당 학교에서 신입생을 선발할 때, 자교 특성화학과 출신들을 우대해서 뽑고 있다면?
노골적으로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는 학교가 중앙대입니다.
중앙대에서 발표한 2019학년도 신입생선발결과를 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공공인재학부'가 13명입니다.
저 이름을 가진 곳이 중앙대 말고도 있기는 하지만
중앙대는 사실상 SKY+자교 외에는 거의 선발하지 않기 때문에
13명 모두 중앙대 공공인재학부일 걸로 추정됩니다.
(SKYSHE에는 '공공인재학부'라는 이름의 학과는 없습니다.)
전체 54명 중에서 13명, 거의 4분의 1을
자교 공공인재학부만 뽑았다...
이 정도면 학부 법학과를 폐지하고자 했던 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키고
법 규정 자체를 형해화한 수준입니다.
백번을 양보해서
이 과에서 로스쿨 진학에 보탬이 되는 각종 역량들을 제대로 키워줬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면
타교 로스쿨로도 진학이 많이 이뤄졌어야 합니다.
그러나,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공공인재학부' 출신 합격생은 중대 외에는 단 3명만 확인될 뿐입니다.
(전공을 밝히지 않은 학교나 계열로 발표한 학교도 있으므로 이보다 더 있을 수는 있지만, 대세에 큰 지장은 없으리라 봅니다.)
아무리 봐도
'유리함'을 넘어 '특혜' 수준인
이런 식의 선발 행태.
교육부는 왜 눈감고만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