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우리나라

⚘어떤 미망인의 눈물

작성자이순자.|작성시간26.06.07|조회수3 목록 댓글 0




⚘어떤 미망인의 눈물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비둘기가 날고 성화가 타오른 다음
애국가가 장엄하게 울려퍼졌을 때 이를 보고 있던
서양할머니 한 분이 손수건으로 눈가장자리를 닦고 있었다.

왜 한국 애국가를 듣고 서양할머니가....하는 의문이 생김직하다.
이유없이 울 수는 없는 법이다.
할머니 나이는 당시엔 70세, 국적은 스페인, 이름은 롤리타 탈라벨라 안.
1936년 8월 1일, 나치 치하의 베를린올림픽 개막식이 끝나고
일장기를 단 한국선수 김용식, 이규환, 장이진, 손기정, 남승룡 등이
모여앉아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재독동포 한 사람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억센 평안도 사투리로 자신이 지었다는 '조선응원가'를 불러주겠다면서
구깃구깃한 악보 하나 꺼내들고 손짓, 발짓, 고갯짓으로
장단을 맞추어가며 그 노래를 불렀다.

그 조선응원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그런 일이 있은 지 보름 후에 마라톤의 손기정 선수가 제1착으로 경기장 안에 뛰어들자
스탠드 한쪽에서 돌연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서너 명의 재독동포 앞에서
미치광이처럼 두 손을 저으며 지휘하고있는 이는
바로 보름 전에 조선응원가를 불러주던 바로 그 젊은이였다.

그 젊은이가 바로 안익태였던 것이다.
그는 베를린올림픽 두 달 전에 지금 우리가 부르고 있는 조선애국가의 작곡을
완성하고 있는데 올림픽에 조선선수들이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응원가로 임시변통을 한 것이다.

이 애국가를 짓게 된 동기는 이렇다.
그가 미국 커티스 음악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있었을 때
샌프란시스코의 한국인 교회를 들른 일이 있었다.
그 교회에서 부른 애국가 곡조가 이별할 때 부르는 슬프디슬픈 스코틀랜드 민요였다.

슬픔을 이겨내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애국가 곡조가 절실하다고 생각한 그는
전세계 40여 개 국가를 수집-검토해 가며, 5년 만에 지어낸 것이
베를린올림픽 개막식에서 처음 불렀던 바로 그 애국가인 것이다.

1948년 정부수립과 더불어 정식국가로 채택되었을 때
안익태는 이승만 대통령에게 이런 편지를 띄웠다.

"이 애국가는 본인이 지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지으신 것입니다.
본인은 다만 하느님의 영감을 대행한 것뿐입니다."

87년 전 나라 없이 출장한 올림픽 개막식에서 처음 불렀던 그 노래를--,
지금은 별세하고 없는 안익태 씨 미망인 롤리타 탈라벨라 안 여사가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어찌 눈물 없이 들을 수 있었겠는가.

개막식의 애국가는 우리 민족 모두가 울먹였어야 했던---
그 때와는 질이 다른 애국가였던 것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