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앞 저녁
퇴근길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 하나가
빈손으로 저녁을 기다린다
바람은
간판을 한 번 흔들고
아무 일 없다는 듯 골목으로 사라진다
횡단보도 앞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하루를 들고
같은 초록불을 기다리고
가로수는
낙엽 몇 장을 내려놓으며
먼저 가벼워지는 법을 안다
나는
주머니 속 영수증 하나를 구겨 버리면서도
오래된 후회는
끝내 버리지 못한다
골목 끝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한번 바라보다
천천히 담장을 넘어가고
그 작은 뒷모습이
길은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제 갈 곳을 아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문득
하늘은 어디에도 닿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품고 있고
저녁은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않으면서
모든 창문을 하나씩 밝힌다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서
조금 덜 미워하고
조금 더 내려놓으며
한 사람의 하루를
조용히 살아낸다.
내일도
바람처럼 가볍지는 못하더라도
골목을 천천히 걸을 만큼은
충분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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