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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편의점 앞 저녁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05|조회수1 목록 댓글 0

편의점 앞 저녁

 

퇴근길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 하나가
빈손으로 저녁을 기다린다

바람은
간판을 한 번 흔들고
아무 일 없다는 듯 골목으로 사라진다

횡단보도 앞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하루를 들고
같은 초록불을 기다리고

가로수는
낙엽 몇 장을 내려놓으며
먼저 가벼워지는 법을 안다

나는

주머니 속 영수증 하나를 구겨 버리면서도

오래된 후회는
끝내 버리지 못한다

골목 끝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한번 바라보다
천천히 담장을 넘어가고

그 작은 뒷모습이

길은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제 갈 곳을 아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문득

하늘은 어디에도 닿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품고 있고

저녁은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않으면서
모든 창문을 하나씩 밝힌다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서

조금 덜 미워하고
조금 더 내려놓으며

한 사람의 하루를
조용히 살아낸다.

내일도

바람처럼 가볍지는 못하더라도

골목을 천천히 걸을 만큼은
충분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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