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앞 벤치
도서관 앞 벤치
퇴근을 미루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방을 내려놓는다
바람이 지나가고
수수꽃다리 향기가
잠깐 오월을 열었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사라진다
문득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니셜 하나를 오래 바라본다
누구였더라
기억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금세 제 발자국을 지운다
항구에서는
배 한 척이
느린 숨을 몰아쉬며 돌아오고
굳은 손의 어부는
오늘도 빈 그물과
작은 희망을 함께 내려놓는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언가를 오래 기억하는 일이 아니라
잊어버린 이름 하나에도
가슴이 잠시 멈추는 일
밤이 되면
도서관 불은 하나둘 꺼지고
나는
끝내 쓰지 못한 일기 한 줄을
주머니에 넣은 채
집으로 걸어간다
내일도
누군가는 바다로 나가고
누군가는 벤치에 앉아
잃어버린 오월 하나를
조용히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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