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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도서관 앞 벤치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05|조회수6 목록 댓글 0

도서관 앞 벤치

 

도서관 앞 벤치

퇴근을 미루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방을 내려놓는다

바람이 지나가고

수수꽃다리 향기가
잠깐 오월을 열었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사라진다

문득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니셜 하나를 오래 바라본다

누구였더라

기억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금세 제 발자국을 지운다

항구에서는

배 한 척이
느린 숨을 몰아쉬며 돌아오고

굳은 손의 어부는

오늘도 빈 그물과
작은 희망을 함께 내려놓는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언가를 오래 기억하는 일이 아니라

잊어버린 이름 하나에도
가슴이 잠시 멈추는 일

밤이 되면

도서관 불은 하나둘 꺼지고

나는

끝내 쓰지 못한 일기 한 줄을
주머니에 넣은 채

집으로 걸어간다

내일도

누군가는 바다로 나가고

누군가는 벤치에 앉아

잃어버린 오월 하나를

조용히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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