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인연
인생이라는 먼 길을 걷다
문득
한 사람을 만난다
바람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내 하루의 저녁이 되어 있는 사람
숙명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조용했고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 오래
서로를 닮아 있었다
날이 저문다는 것은
빛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저마다의 색을 내려놓고
조금씩
서로의 어둠 속으로 스며드는 일
개울은
개울의 침묵을 품고
나무는
나무의 적막을 품은 채
말없이 밤을 건넌다
사람도 그렇다
혼자 견디는 줄 알았던 외로움이
누군가의 어깨에
조용히 기대는 순간
비로소
하나의 저녁이 된다
인연은
붙잡는 손이 아니라
서로의 어둠을
잠시 밝혀 주는 작은 불빛
그래서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한 줄기 뿌리처럼
서로의 깊은 밤을 향해
천천히 자라고 있었는지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