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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밑줄 하나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07|조회수1 목록 댓글 0

밑줄 하나

 

메마른 화단 끝

이름 모를 들꽃 하나가
먼저 아침을 열고 있다

누구도
피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작은 꽃은

흙보다 낮은 자리에서
하루를 환하게 받쳐 든다

하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람만 한 줄
지나간다

마치

빈 공책 위에
가늘게 그어진 밑줄 하나처럼

말보다

침묵이 오래 남고

향기보다

곁에 머무는 마음이
더 깊다는 것을

들꽃은 알고 있다

그래서

사랑은 크게 피는 일이 아니라

메마른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초록 하나를 심어 두는 일

오늘도

아무도 읽지 않는 들판에서

작은 꽃 한 송이가

세상을 위해

가만히 밑줄 하나를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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