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하나
메마른 화단 끝
이름 모를 들꽃 하나가
먼저 아침을 열고 있다
누구도
피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작은 꽃은
흙보다 낮은 자리에서
하루를 환하게 받쳐 든다
하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람만 한 줄
지나간다
마치
빈 공책 위에
가늘게 그어진 밑줄 하나처럼
말보다
침묵이 오래 남고
향기보다
곁에 머무는 마음이
더 깊다는 것을
들꽃은 알고 있다
그래서
사랑은 크게 피는 일이 아니라
메마른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초록 하나를 심어 두는 일
오늘도
아무도 읽지 않는 들판에서
작은 꽃 한 송이가
세상을 위해
가만히 밑줄 하나를 긋고 있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