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켜진 골목
가을 저녁
은행잎 몇 장이
편의점 앞을 천천히 건넌다
붉어진 것은
단풍만이 아니라
오늘을 다 써버린
사람들의 얼굴이다
모텔 간판은
먼저 밤을 밝히고
24시간 편의점에서는
삼각김밥과 캔커피가
누군가의 저녁이 된다
택배 기사 하나
배달 오토바이 하나
늦은 퇴근길 발걸음 하나
모두 다른 사연을 안고
같은 신호등 앞에
잠시 멈춘다
문득
단풍은
누구를 기다리다 붉어진 것이 아니라
제 계절을 끝까지 살아내느라
저렇게 뜨거운 것인지도 모른다
골목을 스치는 바람이
네온과 낙엽을
한꺼번에 흔들고
나는
구겨진 영수증 하나를 버리며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지나왔다는 사실만
가만히 주머니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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