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아래 가을
가을은
낙엽 몇 장을 남기고
먼저 골목을 떠났다
가로등 아래
들깨잎마다
숭숭 난 구멍으로
밤이 스며든다
불빛은
작은 빈자리까지
애써 메워 보지만
바람 한 번 지나가면
허기는 다시
잎맥을 따라 번진다
사람도 그렇다
세월이 지나도
마음에는
메워지지 않는 구멍 하나쯤 남아
문득
이름 잊은 얼굴과
끝내 못다 한 말을 불러낸다
포도주 한 잔을 기울이며
나는
지나간 계절을 붙드는 대신
비어 있는 마음에
조용히
불빛 하나를 켠다
구멍은
상처가 아니라
바람과 별빛이
드나드는 자리라는 것을
늦은 가을이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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