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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세탁기 돌아가는 오후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07|조회수0 목록 댓글 0

세탁기 돌아가는 오후

 

세탁기가

일정한 소리로
오후를 돌리고 있다

창문은 조금 열려 있고

찬 공기가
방 안을 한 바퀴 둘러본다

의자 위에 걸쳐 둔 목도리와

반쯤 식은 커피

읽다 만 책 한 권이

오늘을 대신 말해 준다

휴대전화에는

답하지 못한 안부가
몇 줄 남아 있고

베란다에는

젖은 이불보다
먼저 겨울이 마르고 있다

길 건너 카페에서는

누군가 웃고

횡단보도 앞에서는

누군가 신호를 기다린다

세상은
별일 없이 흘러가는데

나는 문득

창틀에 내려앉은 햇살을 오래 바라본다

행복이란

커다란 계절이 아니라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와

따뜻한 양말 한 켤레,

그리고

오늘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는

조용한 저녁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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