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배우는 일
계곡을 따라 걷다
물소리보다 먼저
나무 한 그루가
길을 건넨다
바람이 불면
기꺼이 바람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햇살이 오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잎을 펼친다
숲은
무엇 하나 서두르지 않는다
계곡은
어제의 물을 붙잡지 않고
낙엽은
떠난 계절을 원망하지 않는다
나는 벤치에 앉아
식어가는 커피를 마시며
주머니 속
작은 수첩 하나를 펼친다
지우지 못한 걱정도
나무에게는
잠시 스쳐 가는 바람일 뿐
문득
마음이 가벼워진다
푸른 하늘이 보이지 않아도
계곡은 흐르고
나무는 자라고
숲은 말없이
사람 하나를 쉬게 한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흔들려도 괜찮다고
한 그루 나무가
천천히
내 등을 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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