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오후
공원 벤치에 앉아
책 한 권을 펼친다
바람이
말없이 책장을 넘기고
햇살은
빈 무릎 위에
가만히 내려앉는다
한 줄의 문장은
읽는 것이 아니라
오래 잊고 있던
나를 천천히 불러낸다
나무 위에서는
매미 한 마리가 떠난 자리만
투명하게 빛나고
여름은
허물 하나를 남긴 채
조용히 다음 계절로 걸어간다
나는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행복이란
거창한 빛이 아니라
바람이 책장을 넘겨 주는 일,
햇살이 어깨에 머무는 일,
그리고
누구도 모르게
마음이 조금 환해지는 일이라는 것을
오늘의 공원에서
천천히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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