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꽃을 보며
방 안에는
마른 꽃이 하나둘 늘어난다.
책상 위 석류는
단단한 돌처럼 말이 없고,
도토리는 작은 그릇 안에서
가끔 부딪혀
맑은 소리를 낸다.
향기는 오래전에 떠났지만
계절은 아직
그 안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나는 꽃이 시들면
쉽게 버리지 못한다.
햇볕이 드는 창가에 걸어 두고,
바람이 지나가도록 두면
꽃은 조금씩 가벼워지고
나의 마음도 조금씩 마른다.
누군가는
생기를 잃었다고 말하지만,
나는 안다.
오래 남기 위해서는
조금씩 비워지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오늘도 창문을 열자
마른 꽃들이
바람에 살짝 흔들린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오래된 친구처럼
조용히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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