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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달빛의 뿌리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07|조회수2 목록 댓글 0

달빛의 뿌리

 

달빛이

창문을 넘어

빈 의자 하나에 먼저 앉는다

나는

식지 않은 찻잔을 앞에 두고

오래 잊었다고 믿었던 이름을

천천히 불러 본다

어디선가

젖은 흙냄새가 올라오고

보이지 않는 뿌리들이

밤의 바닥을 지나

내 발끝까지 이어진다

태어난다는 것은

세상에 오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으로

조용히 스며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저물녘은

하루가 끝나는 시간이 아니라

빛이 어둠에게

제 몸을 건네는 순간

별들은

아무 소리 없이

새벽을 품고 있고

강물은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묻지 않은 채

바다를 향해 흐른다

나 또한

두 발은 이곳에 서 있지만

마음은 오래전부터

돌아갈 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

기쁨도

슬픔도

한때 내 몸을 지나간 계절일 뿐

끝내 남는 것은

가슴 깊은 곳에서

천천히 자라는

이름 없는 뿌리 하나

밤이 깊을수록

그 뿌리는 더 먼 곳으로 뻗고

달빛은

그 위에 조용히 내려앉아

보이지 않는 꽃을 피운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서로 등을 맞댄 길이 아니라

한 줄기 뿌리에서

다른 빛으로 피어나는

하나의 계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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