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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바다와 연필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07|조회수6 목록 댓글 0

바다와 연필

 

새벽이면

낡은 장화를 신은 어부처럼

나는

빈 노트를 들고 집을 나선다

파도는

어제 적어 둔 망설임을

조용히 지우고

바람은

백지 위를 먼저 지나간다

누군가의 말 한 줄이

내 마음을 스치면

연필 끝은

가만히 흔들린다

삶은

생선을 기다리는 그물처럼

언제나 비어 있고

생각은

촘촘한 빗금이 되어

하루를 붙잡는다

방파제 끝에 서면

길이 없던 곳에도

파도가 길을 만든다는 것을

바다는 먼저 알고 있다

몇 번이나

빈손으로 돌아와도

배는 다시 떠나고

몇 번이나

지운 문장 끝에서도

나는 다시 한 줄을 쓴다

저녁이 되면

등대 하나

창가의 스탠드처럼 불을 밝히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이

오늘을 끝까지 살아내게 한다

사람도 글도

억지로 붙잡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마음에 머무는 것이라는 걸

바다는 말없이

내 공책 한쪽에

푸른 빗금을 그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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