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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빈 의자 하나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07|조회수4 목록 댓글 0

빈 의자 하나

 

가로등이 켜진 공원

벤치 하나가

늦은 저녁을 오래 붙잡고 있다

나는

몸보다 먼저 지친 마음을

그 위에 눕혀 둔다

가끔 바람이 지나와

구겨진 생각을 한 장씩 넘기고

아무도 읽지 않는 하루가

천천히 저물어 간다

나무 아래

매미 허물 하나

빈 몸으로 가지를 붙들고 있다

한 계절을 다 울고 난 뒤에도

여름은

저렇게 가볍게 매달려 있다

살아온 날들은

담장에 쌓인 먼지처럼

손으로 훑으면

햇빛 속으로 흩어지고

거울 속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내 표정을 따라 늙어 간다

희망과 절망은

신호등이 바뀌듯

번갈아 내 앞에 서지만

길은 언제나

한 걸음씩만 열렸다

그래서 오늘은

오래 품고 있던 이름들을

주머니에서 꺼내

바람에게 맡긴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빈 의자 하나가

누군가를 기다리듯

나도

가벼운 마음 하나만 남기고

저녁을 건너간다

멀리

가로등 불빛이 흔들리고

한 마리 새가

어둠과 하늘의 경계를

조용히 지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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