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 하나
가로등이 켜진 공원
벤치 하나가
늦은 저녁을 오래 붙잡고 있다
나는
몸보다 먼저 지친 마음을
그 위에 눕혀 둔다
가끔 바람이 지나와
구겨진 생각을 한 장씩 넘기고
아무도 읽지 않는 하루가
천천히 저물어 간다
나무 아래
매미 허물 하나
빈 몸으로 가지를 붙들고 있다
한 계절을 다 울고 난 뒤에도
여름은
저렇게 가볍게 매달려 있다
살아온 날들은
담장에 쌓인 먼지처럼
손으로 훑으면
햇빛 속으로 흩어지고
거울 속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내 표정을 따라 늙어 간다
희망과 절망은
신호등이 바뀌듯
번갈아 내 앞에 서지만
길은 언제나
한 걸음씩만 열렸다
그래서 오늘은
오래 품고 있던 이름들을
주머니에서 꺼내
바람에게 맡긴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빈 의자 하나가
누군가를 기다리듯
나도
가벼운 마음 하나만 남기고
저녁을 건너간다
멀리
가로등 불빛이 흔들리고
한 마리 새가
어둠과 하늘의 경계를
조용히 지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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