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모두 떠난 공원
잎을 다 내려놓은 나무 한 그루
저녁을 오래 붙잡고 서 있다
바람이 불면
나무도 흔들리고
나도 조금 흔들린다
그 정도면
겨울을 견디는 일은
충분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 계절은
낙엽 몇 장을 남기고 떠났고
추억은
신발 밑창의 흙처럼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참새 한 마리
마른 가지에 앉았다가
내 기척에 잠시 멈춘다
괜찮아,
나는 너의 겨울을
빼앗으러 온 것이 아니야
사랑은
붙잡는 일이 아니라
추운 날
잠시 곁을 내어주는 일
잎 하나 없는 나무는
아무 말 없이
겨울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불씨를
가장 깊이 품는 계절이라고
조용히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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