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이 지나가는 저녁
매섭다
강을 건너온 바람 하나
골목의 불빛을 흔들며
먼저 겨울을 데려온다
주머니 속 손끝은
오래된 기억처럼 차갑고
목도리를 고쳐 매도
바람은 틈을 찾아
가슴까지 걸어 들어온다
형산강가에는
어스름이 물소리를 접어
안개 속에 넣어 두고
도시는
하루 동안 쌓인 한숨을
천천히 물 위에 띄운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차가운 공기 속에도
누군가의 체온이 지나간 자리와
돌아오지 못한 말들이
안개처럼 떠다닌다
칼바람은
나무를 흔들고
강물은
그 흔들림을 말없이 품는다
나도 오늘
차가운 거리를 건너며
한 계절을 견디는 일이
누군가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를 지키는 일임을
조용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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