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바다를 떠나지 않는다
아무도 오지 않는 섬
파도만
하루에 몇 번씩
안부를 묻는다
바위는
긴 침묵을 입고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소금 냄새를 한 겹씩 벗는다
멀리
뱃고동 하나 울리면
갈매기 몇 마리
허공에 흰 길을 그린다
잠시
섬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얼굴이 된다
저녁 햇살은
물 위를 오래 걷다가
별들에게 길을 넘겨주고
백사장에는
파도 대신
작은 발자국들이 밀려왔다가
아무 말 없이 지워진다
외로움은
혼자 있는 일이 아니라
돌아갈 바다를
끝내 잊지 못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섬은
아프다는 말을
파도에게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계절을 품는다
밤이 깊어지면
먼 곳에서 걸어온 별 하나가
바다에 몸을 담그고
길 잃은 새 한 마리
섬의 어깨에서
잠시 날개를 접는다
나는 그 풍경을 보며
사람도 섬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
조금씩 바다가 되어 간다는 것을
늦게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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