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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옥상에서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07|조회수6 목록 댓글 0

옥상에서

 

저녁을 다 먹은 도시가

천천히 식어 간다

옥상 난간에 걸터앉은 바람은

아무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빨랫줄만 오래 흔든다

건너편 아파트 창문마다

각자의 하루가 켜졌다 꺼지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설거지를 하고

누군가는

아무도 모르게 울고 있을 것이다

나는

화분에 물을 주다가

말라버린 잎 하나를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버리지 못한 마음도

저 잎처럼

끝내 스스로 가벼워지는 날이 있을까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는 시간

휴대전화는 조용하고

시계만

혼자 성실하게 걷는다

세상은

생각보다 많은 침묵으로

하루를 이어 붙이고

사람은

그 침묵 속에서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간다

밤공기가

식물 잎을 한 번 쓰다듬고 지나간다

나도

오늘을 너무 오래 붙잡지 않기로 한다

내일은

거창한 약속보다

창문을 열었을 때 들어오는

첫 바람처럼

별일 없이 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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