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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골목 끝에서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07|조회수1 목록 댓글 0

골목 끝에서

 

골목 끝

분식집 불이 가장 늦게 꺼진다

김이 오른 어묵 국물 위로

하루 종일 돌아다닌 사람들이

말없이 얼굴을 식힌다

버스는

몇 사람을 내려놓고

빈 의자만 싣고 떠난다

기다림도

목적지가 있는 모양이다

세탁소 앞

비닐에 씌운 양복들이

바람을 입고 흔들리고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는

그네 하나가

혼자 저녁을 밀고 있다

나는

주머니 속 동전 몇 개를 만지다가

편의점에서

따뜻한 캔커피 하나를 산다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온기만으로도

사람은

조금 덜 외로울 수 있다는 것을

겨울은 자주 가르쳐 준다

신호등이 바뀌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모두 다른 얼굴인데

모두 비슷한 하루를 들고 있다

문득

옥상 위 달이

빨래집게처럼

밤을 붙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세상은

생각보다 천천히 식고

마음은

생각보다 오래 따뜻하다

집으로 가는 길,

내 그림자가

가로등 하나를 지나며

조금 길어진다

나는 그 그림자를 앞세우고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를

조용히 데리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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