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끝에서
골목 끝
분식집 불이 가장 늦게 꺼진다
김이 오른 어묵 국물 위로
하루 종일 돌아다닌 사람들이
말없이 얼굴을 식힌다
버스는
몇 사람을 내려놓고
빈 의자만 싣고 떠난다
기다림도
목적지가 있는 모양이다
세탁소 앞
비닐에 씌운 양복들이
바람을 입고 흔들리고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는
그네 하나가
혼자 저녁을 밀고 있다
나는
주머니 속 동전 몇 개를 만지다가
편의점에서
따뜻한 캔커피 하나를 산다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온기만으로도
사람은
조금 덜 외로울 수 있다는 것을
겨울은 자주 가르쳐 준다
신호등이 바뀌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모두 다른 얼굴인데
모두 비슷한 하루를 들고 있다
문득
옥상 위 달이
빨래집게처럼
밤을 붙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세상은
생각보다 천천히 식고
마음은
생각보다 오래 따뜻하다
집으로 가는 길,
내 그림자가
가로등 하나를 지나며
조금 길어진다
나는 그 그림자를 앞세우고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를
조용히 데리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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