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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눈 위에 쓰는 하루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07|조회수3 목록 댓글 0

눈 위에 쓰는 하루

 

겨울 숲에

잠시

세 들어 산다

밤새 내린 눈은

빈 가지마다

흰 편지를 걸어 두고

햇살은

아무 대가도 없이

그 위에

옅은 금빛을 덧칠한다

나는

주머니 속 손을 꺼내

한 줌의 온기를 빌리고

눈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간다

발자국은

한 줄씩 이어져

누군가 그린

묵죽처럼 숲을 지난다

바람이 스치면

지워질 그림인데도

눈은

끝내 서두르지 않는다

멀리 까치 울음 하나

하얀 여백에 번지고

나무들은

아무 말 없이

겨울을 받아 적는다

세상도

잠시 빌려 쓰는 종이

욕심을 지우고 나면

마음은

눈처럼 환해지고

나는 오늘도

한 장의 눈 위에

하루를 쓰다가

저녁이 오면

조용히

발자국만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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