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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비 오는 창가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07|조회수1 목록 댓글 0

비 오는 창가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젖은 오후가

천천히 문을 연다

빗물은

담장 끝을 돌아

오래 잠겨 있던 길 하나를

조용히 풀어 놓는다

나는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한 사람을 생각한다

기억은

열쇠를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비만 오면

먼저 문 앞에 와 서 있다

골목 화분의 마른 가지에도

물방울이 하나씩 매달리고

겨울은

잠시 빗속에 우산을 접는다

어쩌면

그리움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내 안에 닫혀 있던 계절을

다시 열어 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전하지 못한 말들을

주머니에서 꺼내

빗물에 한 장씩 띄워 보낸다

어디선가

봄이

조용히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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