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창가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젖은 오후가
천천히 문을 연다
빗물은
담장 끝을 돌아
오래 잠겨 있던 길 하나를
조용히 풀어 놓는다
나는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한 사람을 생각한다
기억은
열쇠를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비만 오면
먼저 문 앞에 와 서 있다
골목 화분의 마른 가지에도
물방울이 하나씩 매달리고
겨울은
잠시 빗속에 우산을 접는다
어쩌면
그리움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내 안에 닫혀 있던 계절을
다시 열어 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전하지 못한 말들을
주머니에서 꺼내
빗물에 한 장씩 띄워 보낸다
어디선가
봄이
조용히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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